드론스포츠 1인자 김민찬군.

전 세계 드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컨설팅사 틸그룹은 2014년 64억 달러(약 7조5천억원)였던 드론의 세계 시장규모가 2023년 115억 달러(약 13조5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드론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미국이나 독일, 중국 등 드론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져 있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우리 정부는 강원도 영월을 비롯해 대구 달성, 부산 해운대, 전남 고흥, 전북 전주 등 5개 드론 시범사업 공역을 지정했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드론스포츠 1인자를 보유하는 등 드론에 빠르게 적응하며 드론 선진국들을 추격하고 있다. 드론스포츠 아시아 랭킹 1위, 드론영재 김민찬(13) 군을 경기도 파주에서 만났다.

 

드론을 살피고 있는 김민찬

◆ 아빠 따라 세살때 RC헬리콥터 첫발

민찬 군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다. 한참 또래 애들과 놀 나이이지만,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드론을 날리며 노는 게 더 재미있다고 했다. 민찬이와 함께 나온 아빠 김재춘(52)씨는 얼굴에 움음꽃이 가시질 않으며 민찬이 자랑을 늘어놓았다.

“제 취미가 RC헬리콥터에요. 가슴이 답답할 때면 헬리콥터를 들고 공터에 나가 날리곤 했죠. 그러다가 민찬이가 세 살 무렵인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RC헬리콥터를 날리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곁눈질로 제가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나봐요. 컴퓨터 시뮬레이션 조작도 실전과 똑같거든요. 그리고 민찬이가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때부터 RC헬리콥터를 날리는 곳에 민찬이도 데리고 다녔죠.”

이후 아빠는 민찬이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360도 회전은 기본이고 어른들도 하지 못하는 고난도 테크닉을 가볍게 구사했다. 가는 곳마다 꼬마 민찬이의 RC헬리콥터 조작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때부터 민찬이는 스타가 됐다.

“민찬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 RC헬리콥터 대회에 민찬이를 출전시켰죠. 이후 민찬이는 육군참모총장배, 공군참모총장배, 국토교통부장관배 등 국내 주요대회 우승을 휩쓸었어요.”

점차 민찬이의 실력은 세계로 알려졌고, RC헬리콥터 선진국인 대만, 독일 등은 자국 대회에 민찬이를 초청하며 항공료와 체제비를 제공했다. 세계 대회에서도 민찬이는 단연 두각을 보이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고글을 쓰고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김민찬 선수.

◆ 드론 조종 한달만에 드론스포츠 접수

이후 민찬이가 드론을 접하게 된 건 지난해 1월이다. RC헬리콥터를 날리고 있는데 옆에서 누가 드론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민찬이는 드론을 유심히 쳐다봤고, 아빠에게 드론을 해보고 싶다고 졸랐다.

“민찬이가 해보고 싶다고 하자 두말없이 드론을 사줬죠. RC헬리콥터는 보통 400~500만원 하는데 드론은 40~50만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더라고요.”

RC헬리콥터계 1인자 민찬이는 가볍게 드론스포츠도 접수했다. 드론을 접한지 한 달도 채 안된 1월 말 부산 벡스코에서 드론스포츠 대회가 열렸고, 경험삼아 나가보자고 했다가 80명 중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3월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출전했다. 드론을 날리는 영상을 통해 1차 통과자를 선별했고, 민찬이는 모든 항공료와 경비를 대주는 32명 안에 들어 대회에 나갈 수 있었다.

“보통 드론스포츠는 속도를 겨루는 레이싱과 조작 기술을 보는 프리스타일 두 종목으로 나뉘죠. 경험이 부족한 민찬이는 레이싱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지만, 프리스타일에서 우승했어요. 당시 민찬이의 프리스타일 영상은 유튜브에서 화제가 됐고, 50만뷰를 돌파했죠.”

 

10월 하와이 드론 세계대회에 출전한 김민찬(가운데)과 KT 선수들.

◆ 초등 6학년 작년 한해 상금만 1억여원

두바이 대회 우승으로 민찬이는 상금 5만달러를 받았다. 이후 중국 상하이컵, 부산 해운대 국제대회, 오산국제대회, 평창국제대회 등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거둬들인 민찬이의 우승컵 개수는 무려 10개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첫 드론스포츠 프로선수로 KT와 계약을 맺었다.

“민찬이가 지난해 받은 우승 상금만 1억원이 넘어요. KT와 계약하면서 몇 천만원 받았고요. 초등학생인 민찬이가 벌써 대기업 부장급 연봉을 받는 거지요. 하지만 민찬이는 아직 돈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저도 민찬이가 돈을 따지는건 싫고요. 아직 학생이니 학업도 충실해야죠.”

사실 민찬이가 각종 세계대회에 출전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우승컵을 획득했을 것이고, 상금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민찬이와 민찬이 아빠는 세계대회는 3월 두바이 세계대회, 10월 하와이 알로하컵 세계대회만 출전하고 출전하지 않았다. 세계대회에 나가면 보통 10일 이상은 결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 꿈은 전투기 조종사예요. 지금은 고글을 쓰고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 전송되는 영상을 보며 레이싱을 펼치지만, 크면 실제 전투기를 조종해 보고 싶어요.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하려면 공부도 게을리해선 안될거 같아요.”

민찬이는 머리도 좋아 성적도 상위권이다. 육군 참모총장과 공군 참모총장은 경쟁하듯 “민찬이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특채로 입학시키겠다”고 말하곤 한다.

바르고 예쁘게 성장하는 민찬이와 아빠 재춘씨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나라 드론산업의 미래는 물론 민찬이의 미래도 밝아 보였다.

드론스포츠 레이싱 경기 모습.

사진제공= KDRA(한국드론레이싱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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