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감독’ ‘아이돌 영화인’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는 자비에 돌란 감독이 신작 ‘단지 세상의 끝’을 들고 오랜만에 연출가로 컴백한다. 2009년 장편 데뷔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인상적인 스타트를 알린 그는 지금까지 총 여섯 작품을 연출, 지난해엔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지 거머쥐며 자타공인 ‘대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스물여덟 살 젊은 나이로 위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자비에 돌란의 연출 필모그래피를 돌아봤다.

 

1. 아이 킬드 마이 마더(2009)

16살 사춘기 소년 후베르트(자비에 돌란)는 엄마 샨탈(앤 도벌)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자신을 이해해주기는커녕 제멋대로 행동하는 엄마에게 진절머리가 난 후베르트는 연인 안토닌(프란시스 아노드)과 자유로운 독립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상상치도 못했던 아들의 비밀을 전해 듣고, 방황하던 후베르트는 기숙학교에 강제 입학하게 되는데...

자비에 돌란 감독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아이 킬드 마이 마더’는 10대 사춘기 소년이 겪는 엄마를 향한 ‘애증’을 솔직하고도 위트 있게 그려낸 건 물론, 독특한 앵글과 과감한 색채로 비평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무 살의 나이로 칸영화제로 직행, 감독주간에 초청돼 주목할만한 신인감독상, 국제예술영화관 연맹상, 프랑스극작가협회상 등 세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며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2. 하트비트(2010)

영리하지만 날카로운 소녀 마리(모니아 초크리)와 섬세한 게이 프랑시스(자비에 돌란)는 치구사이다. 늘 함께 어울리며 서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 둘.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한 파티에서 소년 니콜라(니엘스 슈나이더)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떼려야 뗄 수 없던 마리와 프랑시스는 그 날 이후 사랑의 경쟁 앞에 라이벌이 되고 만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로 주목받은 이듬해, 자비에 돌란은 두 번째 장편 ‘하트비트’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 받는다. 전작에 이어 또 다시 주연으로 출연하며 연출가의 재능과 배우 재능을 동시에 빛내며 영화 팬들을 ‘돌란 앓이’에 빠뜨렸다. 자신의 능력치를 십분 발휘한 그는 전년도에 이어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3. 로렌스 애니웨이(2012)

몬트리올에서 소설을 쓰는 청년 로렌스(멜비 푸포)와 피앙세 프레드(쉬잔느 클레먼트)는 이미 미래를 약속한 사이다.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한 어느 날, 로렌스는 사랑하는 프레드에게 그 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고백한다. 남은 일생을 여자로 살고 싶다고... 절망의 끝에서도 차마 이 사랑을 놓지 못하는 두 사람. 이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자비에 돌란의 세 번째 작품 ‘로렌스 애니웨이’는 거부하려 노력해도, 단단한 끈으로 연결된 것만 같은 운명적 사랑을 노래한다. 성별조차 부질없어질 정도로 탄탄한 사랑을 섬세히 소묘하며 강렬한 감정을 전한다. 당시 스물네 살에 불과했던 자비에 돌란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과 철학을 담아내 놀라움을 자아냈다.

 

4. 탐엣더팜(2013)

탐(자비에 돌란)은 분신과도 같았던 동성연인 기욤을 잃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퀘벡으로 향한다. 슬픔에 젖어있는 기욤의 가족들에게 차마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못하는 탐. 하지만 기욤의 형 프랑시스(피에르-이브 카디날)는 탐이 기욤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은밀하게 폭력을 휘두르며 탐을 조이기 시작한다.

전작에서는 트렌디하고 화려한 영상,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확고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던 자비에 돌란은 ‘탐엣더팜’에서 최초로 심리 스릴러 장르에 도전했다. 차가운 색감과 채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함은 물론, 익스트림 클로즈업 쇼트부터 롱쇼트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비주얼 미학의 정점을 선보여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5. 마미(2014)

유쾌한 엄마 디안(앤 도벌)은 사랑스러운 아들 스티브(안토니 올리버 피론)가 보호시설에서 사고를 쳐 쫓겨나자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하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스티브를 돌보기란 쉽지 않다. 이때 이들 앞에 나타난 이웃 카일라(쉬잔느 클레먼트). 그녀의 도움으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작은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어느 날, 디안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날아오는데...

자비에 돌란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 ‘마미’는 제67회 칸영화제에서 세계적인 누벨바그 거장 장 뤽 고다르의 ‘언어와의 작별’과 함께 심사위원상을 수상,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인 사랑과 희망을 특별한 세 사람의 이야기와 자비에 돌란 감독 특유의 개성 넘치는 영상 미학으로 빚어내며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여운을 남긴다.

 

6. 단지 세상의 끝(2017)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작가 루이스(가스파르 울리엘)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12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하지만 그의 방문은 예기치 못한 가족 간 불화를 촉발시키고, 그는 자신의 소식을 전하지도 못한 채 깊어져가는 가족의 균열을 바라만 본다. 현대 사회 여느 가정이 그런 것처럼 가족의 유대, 진실한 사랑에 서툰 그들은 서로를 진실되게 바라볼 수 있을까?

‘단지 세상의 끝’은 루이스 가족을 집중조명하면서 세상을 살다보니 이기심 탓에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의 존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언뜻 평범하고 일상적 가족의 모습을 소묘하지만 작품은 이들의 내면에 돋보기를 들이 밀며 본질을 향해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천재 감독’ 자비의 돌란의 능력치가 빛을 발한다. 러닝타임 1시간39분. 15세 관람가.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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