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단숨에 여심을 뒤흔든 라이징 스타 류준열(31)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쓰디쓴 '더킹'(1월18일 개봉)으로 극장가에 컴백한다.

극중 검사 박태수(조인성)의 절친이자 든든한 조력자인 폭력조직 2인자 최두일 역을 맡은 그는 생에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조폭 연기를 선사할 예정이다. 16일 오후,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왔던 '츤데레' 캐릭터와 달리 따스한 웃음으로 맞이하는 류준열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했다.

 

 

Q. 들개파 2인자이자 해결사 최두일 역으로 조폭 역할의 첫 단추를 꿰었다.

A. 조폭 역할은 처음 맡아봤지만, 좀 색달랐으면 싶었어요. '더 킹'에선 마냥 조폭 같이 안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랑 얘기를 많이 나누고 고민한 끝에, 껄렁대는 전형적인 조폭 보다는 검사 같은 느낌으로 연기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두일은 자칫하면 뻔한 캐릭터가 될 수 있고, 사건 자체와 무관하게 돼버릴 수 있는 인물이예요. 하지만 주인공 태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도 해서 이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영화 속 두일의 문신이 인상적이다.

A. 영화 속 제 문신을 보고 많이들 질문하세요. 토시냐, CG냐, 판박이냐 등등…(웃음) 사실 문신은 타투이스트 4명이 촬영장에 오셔서 3시간씩 걸려가며 그려주신 거예요. 똑같이 밑그림 그리고 기계만 뺀 다음 펜으로 그린 거죠. 이게 또 잘 안 지워져요. '더 킹' 촬영 후반부에는 드라마 '운빨로맨스'와 일정이 많이 겹쳤어요. 매번 문신을 지우고 드라마 촬영을 가야해서 힘들었죠. 가끔 드라마 촬영 직전에 귀 뒤에 남아있는 문신을 얼른 지우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Q. 조인성은 당신에 대해 "가늠하기 힘든 표정과 담백한 연기가 매력이다"고 칭찬했다.

인성 선배님이 말씀하신 걸 실제 많이 고민했어요. 표현을 과하게 안하고도 관객 분들이 여러 감정을 전달받으실 수 있게끔 연기하길 바랬죠. 영화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일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코미디를 볼 때 크게 웃거나 안타까운 일이 있을 때 크게 슬퍼하는 걸 말하는 건 아니고요. 긴장되거나 떨릴 때의 감정은 나만 알지 노골적으로 표출하진 않잖아요 그러다 보면 늘 주변 사람을 의식하고 관찰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은데, 연기를 할 때에도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관객들이 더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Q. 한재림 감독이 촬영장에서 늘 음악을 틀어놨다고 하던데?

A. 감독님께선 어떤 장면이든 인물이든 컷이든, 늘 함께하는 음악을 구상하셨어요. 선곡하신 음악들의 분위기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는 거예요. 또 그 작업방식이 저랑 너무 잘 맞았어요. 항상 스피커로 음악을 틀어 놓으셨는데,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연기가 절로 되는 느낌이었죠. 두일이 테마는 'Tears drop'이라는 곡이예요. 떨릴 때 그 음악을 들으면 하나도 안 떨리게 돼요. 덕분에 언론시사 때도 듣고나니 좀 덜 떨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골라주신 음악의 편안함과 확신이 너무 좋아요.

Q. 정우성, 조인성, 배성우 등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들과 공연했다. 배운 것도 많았겠으나 부담 역시 크지 않았을까.

A. 선배님들과의 연기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 가만히 보기만 해도 배울 게 많아서 늘 고민하고 관찰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류준열이란 배우에 대해 정리가 많이 됐을 때, 선배님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고 결론낼 수 있을 거예요. 촬영 스태프들을 챙긴다든가, 작품에 임할 때 진지해지는 모습 등 사사롭고 자연스러운 모습까지도 배우게 되더라고요. 처음엔 물론 어려웠죠. 선배님들과 작업을 많이 해보질 않아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오히려 선배님들께서 먼저 얘기를 걸어주고 본보기도 보여주는 등 많이 도와주셨어요. 

 

 

Q. 여러 선배들 중 특히 배성우의 팬이라고 들었다.

A. 대학교 다닐 때 우연찮게 선배님이 공연하시던 2인극 '트루웨스트'를 보고 열성 팬이 됐어요. 나도 저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과 또 보러가고, 친구들이랑 또 가고 여러번 봤어요. 이번에 '더킹'에서도 훌륭한 활약상을 보여주셔서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었죠. 당신이 작품을 할 때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보여줘야 할 지를 잘 아시는데다 완급 조절에도 탁월하세요. 연기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 답변도 막힘없이 잘 해주셨고요.

Q. 대한민국을 열광시켰던 '응팔'이 벌써 종영 1주년을 맞았다.

A. 저도 어제 우연히 검색해보다가 16일 종영이라고 나와 있어서 깨달았어요. '응답하라1988'이 종영하고, 그동안 가늠을 못할 정도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쉬지는 않았어요. 다른 배우들도 엄청 열심히 일하는 것 같던데요(웃음)...경표도 그렇고, 재홍이도 그렇고, 연극이며 드라마며 바쁘게 지내더라고요. 특히 재홍이는 연극 '청춘예찬'에서 학생으로 나오는데 교복이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보면서 저도 교복을 다시 입고 싶어졌어요.

Q. 독립, 상업영화를 구분짓지 않고 주역, 단역,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으며 다양한 연기를 추구하는 이유는?

A. 모든 배우마다 생각하는 그림과 가치관이 있는데 저는 그냥 글 자체가 재밌으면 선택하는 것 같아요. 재밌고 즐거운 작품이 있으면 어떤 역할이든 망설일 이유가 없겠죠. 특히 인물이 일련의 상황에서 어떤 입장으로 느끼고 선택하느냐에 더욱 관심이 가더라고요. 사람이라면 모두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고, 각자 다른 선택을 하게 되잖아요. 선택 이후 따라오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집중하고 역할을 고르는 것 같아요.

 

 

Q. 화려하게 2016년을 보낸 소감과 새해 계획이 궁금하다.

A. 신인상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사무실에 비치해놨고, 집에는 축구 트로피 뿐이에요. 계속 보고 있으면 오히려 기분이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그 기분에 너무 취해있을 수도 있고 부담도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 신인상도 마지막이지 않을까요. 2017년은 시간을 쪼개 좋아하는 여행 다니면서 보내고 싶어요. 올해 작품이 끝나자마자 여행팀을 하나 꾸려보려고요. 요즘 여러 나라를 다녀오신 분들로부터 여행 관련 조언도 듣고 있어요.

소처럼 열일 하는 배우 류준열은 지난해 말 송강호와 공연한 '택시운전사' 촬영을 마쳤고 여배우 김태리와 호흡을 맞추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최민식과 함께하는 '침묵'(감독 정지우)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소망대로 과연 잠시나마 쉼표를 찍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 지선미 (라운드테이블)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