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실행자인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시에 구속됐다.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재학 중 부당하게 성적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도 구속됐다.

 

김기춘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SBS캡처

◆ 김기춘·조윤선 구속영장 발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각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늘 새벽 3시 48분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이 의혹으로 구속된 전·현직 고위 공직자는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5명으로 늘어났다. 조 장관의 경우 현직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특검에 구속됐다.

 

조윤선과 지드래곤 /인스타그램

◆ ‘블랙리스트’ 몸통·팔다리

김기춘 전 실장은 2013년 8월∼2015년 2월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 등 주요 선거 때 야당 후보를 지지했거나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이라고 판단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로 만든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윤선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이던 2014년 6월∼2015년 5월 명단 작성 및 관리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는다. 지난해 9월 문체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명단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부실 대응으로 각계각층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명단을 만들어 문체부에 내려보내 집행하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이인성 교수 /YTN캡처

◆ 이인성, 정유라 학점 특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인성 이대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특검팀이 업무방해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유라의 이대 입학·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학교 관계자가 구속된 건 류철균(51·필명 이인화)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남궁곤(56) 전 입학처장, 김경숙(62)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 이어 4번째다. 이 중 류 교수는 이미 기소됐다.

이인성 교수는 정씨가 수강한 3과목과 관련해 부당하게 성적 특혜를 준 혐의를 받는다.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에서 정유라가 과제물을 제출하지 않자 직접 액세서리 사진과 일러스트 등을 첨부하고 정유라가 제출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 정유라 성적·과제물 등 조작

정유라는 2016학년도 1학기 자신이 소속된 체육과학부가 의류산업학과와 함께 신산업융합대학 산하로 변경된 후 자신의 전공도 아닌 의류산업학과 관련 수업을 3과목이나 신청했다. 정유라는 독일에 체류 중이라 출석하지 못했는데도 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정유라가 3과목을 신청한 배경에 이 교수의 영향이 있었고, 이 교수가 정유라의 학점을 올려준 데는 김경숙 전 학장의 영향력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라는 2015년 이대 체육과학부 입학 이후 지난해 8월까지 8개 과목 수업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고 대체 자료도 내지 않았음에도 출석을 인정받고 성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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