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신작 ‘아주 긴 변명’은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게 된 한 소설가의 성장 스토리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1년간 벌어지는 사건과 심리를 통해 영화는 철 없기만 했던 한 남자가 가족과 아이의 중요성을 깨달으며 내면의 성숙을 이뤄가는 과정을 옅은 파스텔톤으로 그렸다.

 

유명 작가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는 아내 나츠코(후카츠 에리)와의 관계가 최악이다.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성스레 다듬어주는 아내의 사랑을 인식하지 못한 채 독한 말만 쏘아 붙이며, 아내가 여행을 떠나자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밤을 보낸 다음날 아침, 그는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다.

상처를 했으나 사치오에게는 별 다른 변화가 느껴지질 않는다. 그저 방송을 통해 비춰지는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기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아내와의 여행길에서 함께 숨진 친구의 남편 요이치(타케하라 피스톨)가 다가온다.

사치오는 아내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감하길 바라는 요이치와 그의 자녀 신페이(후지타 켄신), 아키리(시라토미 타마키)를 만난다. 아이들을 보면서 사치오는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껴 요이치에게 아이들을 자신이 돌보겠다고 제안한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점차 변화하지만, 과거 아내가 자신에게 보내려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요이치 가정과 갈등을 겪으며 다시 흔들린다.

‘아주 긴 변명’은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상을 잔잔한 감성으로 꾸민다. 계절이 느껴지는 따스한 색감이 영화의 배경을 받쳐주며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특별한 포인트 역할을 한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굿’바이(Good&Bye)’(2009)에서 내공을 입증한 모토키 마사히로는 온전하다가도 괴팍해지고, 따뜻하다가도 냉담하게 변화하는 인상적인 연기로 사치오라는 인물에 시선을 뗄 수 없도록 만든다.

특별한 연기 경험이 없던 아역 배우 후지타 켄신과 시라토미 타마키는 순수함으로 똘똘 무장한 연기 같지 않은 연기로 인간성을 상실한 사치오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때로는 어른보다도 듬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주 긴 변명'은 드라마틱한 사건과 복잡한 플롯 없이 여성감독의 섬세한 시선으로 부부 관계의 실체, 진심과 소통이란 메시지를 내밀하게 어루만진다. 이는 타인으로 인해 답답해 하거나 상처받은 이들에게 자연스런 공감을 일으킨다. 러닝타임 124분. 15세 이상 관람가. 2월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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