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가요계는 언제나 연인들의 사랑노래가 주를 이뤄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그 흐름 속에서 다소 색다른 소재로 리스너의 심금을 울린 히트곡도 있다. 바로 ‘부모님 전상서’(부모님 앞에 올리는 글)다. 윤미래의 ‘검은행복’, 싸이의 ‘아버지’, 라디의 ‘엄마’,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그리고 최근 발매된 크루셜스타의 ‘쉬어도 돼’는 부모님을 향한 진심을 담아 팬들의 감수성을 촉촉이 적셨다.

 

윤미래 <검은행복>

“어렸지만 엄마의 슬픔이 보여”

국내 최정상 래퍼 겸 보컬리스트 윤미래(T)가 2007년 발매한 3집에 수록된 ‘검은 행복’은 본인이 겪은 어두운 과거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낸 가사와 리드미컬한 후렴구가 특징이다. 이 곡은 윤미래의 탁월한 랩과 보컬로 이목을 끌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은 손가락질 해 내 Mommy한테” “어렸지만 엄마의 슬픔이 보여” 등 가사로 나타난 부모님에 관한 진솔한 스토리로 듣는 이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 지금까지 회자되는 명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싸이 <아버지>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코미컬한 이미지로 무장한 싸이의 노래가 이토록 구슬플 수 있을까. ‘아버지’는 2005년 싸이 리메이크 앨범 ‘리메이크 앤 믹스 18번(Remake & Mix 18번)’ 수록곡이다. 잔잔한 멜로디로 시작해 강렬한 밴드 사운드를 입으며 힘차게 나아가고, 그 위에 얹힌 싸이의 랩과 보컬엔 힘이 느껴진다. 으레 싸이 음악에서 느껴지는 발랄함을 예상했지만, ‘아버지’들이 겪은 현실의 고충과 굳은 결심이 녹아 있어 곡의 무게감을 키웠고,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헌사로 만들었다.

 

라디 <엄마>

“누구보다 아름다운 당신은 나의, 나의 어머니“

감성 보컬리스트 라디의 ‘엄마’는 2008년 앨범 ‘리얼콜라보(Realcollabo)’에 담겨있다. 심플한 피아노 반주 위에 얹어지는 라디의 독특한 음색이 귀를 유혹한다. 무엇보다 이 곡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엄마’에 대한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모든 걸 주고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는 당신께 난 무엇을 드려야 할지” 등 응축된 감정이 느껴지는 가사가 흐르면 객석에서는 그저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곤 한다.

 

자이언티 <양화대교>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는 2014년 싱글로 공개돼 그를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로 발돋음 시켰다. 나직한 목소리와 변칙적인 보컬패턴을 중심으로 현악, 기타, 베이스, 드럼 등 다양한 악기가 어울려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긴다. 음악에 집중해보면 아버지가 지나온 길을 ‘양화대교’에 빗댄 표현들을 마주하게 되며, 비록 자이언티 개인의 이야기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모든 아들, 딸, 어머니, 아버지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결과적으로 '양화대교'는 화려한 음악적 장치 없이 단지 진심어린 목소리만으로 대중을 위로한 대표적 케이스가 됐다.

 

크루셜스타 <쉬어도 돼>

“오늘은 눈을 감고 푹 쉬어도 돼 엉켜진 머리카락을 빗어줄게”

최근 발표된 래퍼 크루셜스타의 새 싱글 ‘쉬어도 돼’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8일 발표된 이 곡은 각종 음원사이트 순위권에 꾸준히 랭크되며 기존 힙합 마니아층은 물론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노래가 끝나도 귓가에서 맴도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포인트인 이 곡에는 ‘엄마’를 향한 고마움과 미안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오늘은 눈을 감고 푹 쉬어도 돼 엉켜진 머리카락을 빗어줄게” 등의 애틋한 가사말은 유려한 크루셜스타의 랩과 애절한 베이빌론의 보컬과 어울려 잔잔하고 깊이 있는 감성을 전한다. 

 

사진=지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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