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마이'를 지향하는 부산 로컬 무비가 떴다. '보안관'은 부산 기장을 배경으로, 오지랖 넓은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가 서울에서 내려온 사업가 종진(조진웅)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물이다.

 

 

대호는 아무것도 모르고 마약을 운반했다가 범죄자가 된 종진을 불쌍히 여겨 그의 형량을 낮춰준다. 그 사건에서 범인을 놓치고 부하를 잃은 그는 파면당해 고향 기장으로 돌아가 마을의 보안관을 자처하며 살아간다.

5년 뒤, 마을에서 마약이 발견되고 타이밍 좋게 종진이 등장한다. 성공한 사업가로 돌아온 종진은 대호를 평생의 은인이라고 말하며 그를 극진하게 모시지만 대호는 종진의 모든 행보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종진을 마약사범이라고 확신한 대호는 형사의 예리한 촉을 세우며 증거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매번 허탕만 친다. 심지어 수사를 진행할수록 마을 주민들까지 하나둘 대호에게서 등을 돌린다. 종진이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명확한 증거 없이 오로지 '형사의 촉'과 심증으로만 종진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대호의 막무가내식 수사 태도와 종진의 순진무구한 눈빛, 예의 바른 언행을 동시에 놓으면 대호의 오지랖이 과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종진은 과연 범죄자일까? 아니면 정말 건실한 사업가일까? '보안관'은 이 미스터리 하나만으로도 극에 대한 몰입감을 무리 없이 높인다.

스토리는 기존 범죄물의 전형성을 따라가지만, 캐릭터마다 개성과 활력이 넘쳐 팝콘 무비로는 나쁘지 않다. 이성민은 쫙 붙는 쫄티에 금목걸이를 착용하고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 부산 사나이 정신 가득한 대호를 만들어냈다. 그 옆에서 세련된 정장을 빼입고 조금은 '호구' 같은 웃음을 흘리는 종진이 함께하며 대조적인 케미를 빚는다.

 

 

조연 라인업도 만만찮다. 김성균은 대호의 처남 덕만으로 분해 대호와 '덤 앤 더머'스러운 버디 관계를 연출한다. 어리바리하지만 의리 하나로 대호를 끝까지 믿어주는 인물이다. 여기에 동네 맏형 용환 역의 김종수, 행동대장 선철을 연기한 조우진, 순박한 덩치 강곤을 맡은 임현성, 입만 열면 깨는 춘모로 분한 배정남이 가세해 그야말로 '부산 아재 전시회'를 완성한다.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경상도 중년 남성들이다. 이들은 특유의 '내가 낸데' '우리가 남이가' '싸나이' 정신으로 똘똘 뭉쳐 부산 바다의 거친 파도를 영화에 밀어 넣는다. '대부'와 '영웅본색' 등을 이용한 유머는 이야기의 정서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거기에 감칠맛 나는 사투리와 부산 현지의 풍경까지, 그야말로 철저한 아재식 로컬 무비라고 할 수 있다.

 

 

'보안관'만의 이런 성격은 친근함을 불러 일으키지만 동시에 공감하지 못하는 관객들에게는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진부한 걸 넘어서 후퇴한 인상을 주는 것도 그 불편함에 한 몫을 더한다.

물론 영웅이 아닌 정겨운 마을 정서와 어우러진 소시민의 활약상, 코미디답게 이야기를 심오하지 않고 가볍게 풀어냈다는 점은 강점이다. 그러나 우연을 스토리텔링 과정이 아니라 결말만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스터리가 풀리는 후반부에서 긴장이 떨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5월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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