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 '고독한 미식가' 열혈 시청자로서 고독한 미식 여행은 오랜 꿈이었다. 

도쿄 여행을 하는 3일동안 미친듯이 입 안에 음식을 우겨넣으리라 다짐했으나 이런 내 결심을 굴복시킨 건 열정에 못 미치는 위장 크기였다.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는 탓에 많은 음식을 먹진 못했지만 열심히 빨빨 돌아다니며 유명한 도쿄 맛집에 발을 내디뎌봤다.

 

하라주쿠 레드락 로스트비프동

점심이든 저녁이든 웨이팅은 필수라는 악명높은 하라주쿠의 레드락. 그래서 오픈 30분 전에 갔더니, 내 앞으론 혼자 온 손님 여섯명 정도였고 그게 다 한국 사람이라 소오름... 문 밖에 있는 자판기로 인기메뉴 로스트비프동 주문지를 빼들고 기다림 끝에 입성했다. 바 형태의 좌석에 나란히 앉은 옆사람들은 삭막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빠르게 나온 로스트비프동, 첫입은 맛있었으나 몇입 먹다보면 질리는 맛이었다. 고기가 녹아내리듯 부드럽고 소스는 달콤했지만, 굉장히 느끼했으며 밥은 덜익기까지 해 실망스러웠다. 30분의 웨이팅은 다른곳에 투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라주쿠에 이것보다 맛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을텐데...

 

시부야 모토무라 규카츠

사실 시부야에선 요즘 떠오른다는 유명 카레집에 가고 싶었으나, 모토무라 규카츠를 먹을 기회가 다시는 없을듯 싶어 과감히 행선지를 돌렸다. 고행이나 다름없던 웨이팅 끝에 들어간 가게는 굉장히 북적북적했다. 한국 손님들이 굉장히 많았다. 기본 규카츠를 시켰는데, 처음엔 에게 소리가 나올정도로 양이 적은듯 싶었으나 나중에야 적당하다는 걸 깨달았다. 좌석마다 조그마한 불판이 있는데, 거기에 규카츠를 한 줄씩 구워서 노란 소스와 와사비를 묻혀 먹는 게 가장 맛있었다. 밥은 한번만 리필 가능하고 다른 반찬은 리필할 때 100엔씩 추가요금이 붙는다 ㅠㅠ

 

신주쿠 뉴우먼 백화점 블루보틀 아이스라떼

도쿄에 가서 안 마시면 안된다는 블루보틀 커피는 신주쿠 뉴우먼 백화점 지하 1층에서 접했다. 서른명은 족히 되는 줄에서 멀뚱히 서있는데, 블루보틀 직원이 원두 몇개를 들고있다는 이유로 나를 친히 에스코트해 가장 먼저 계산하는 호사를 누리게 해줬다. 자본주의의 맛에 심취한 나는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다. 완성된 커피는 주문시 패드에 입력한 이름을 불러 건네준다. 이때 바리스타들 발음 안좋음 주의. 라떼는 굉장히 고소하고 깔끔했고 양이 적었다. 왠지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하루에 한잔씩 꼭 사서 마셨다.

 

신주쿠 긴타코 타코야끼

신주쿠 가부키초의 그레이서리 호텔 1층에 존맛 타코야끼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달음에 내달렸다. 파가 올라간 타코야끼를 주문했다. 포장은 여섯개, 여덟개 중 고르면 된다. 몇칼로리라도 빼보겠다고 마요네즈는 뿌리지 말아달라고 했다. 직원분이 프로페셔널한 손놀림으로 휘리릭 하더니 1분만에 포장해줘서 그대로 호텔로 가져갔다. 양파가 듬뿍 올라가 느끼함이라곤 전혀 없는 타코야끼는 전날 사놓은 호로요이와 케미가 어마어마했다. 아직까지 그리운 음식 중 하나다.

 

신주쿠 호나카페 팬케이크

여행 마지막날 브런치만큼은 팬케이크로 장식하고 싶었다. 호텔 근처에 괜찮은 팬케이크집을 찾아갔다. 팬케이크는 어떤 메뉴든 도톰한 팬케이크 두개, 얇은 팬케이크 세개 중 고를 수 있다. 나는 전자를 골랐다. 도톰한 팬케이크를 포크로 가르니 내부는 몰랑몰랑, 푸딩마냥 부드러웠다. 알록달록 여러가지 소스들이 배치돼 있었고 개인적으로 메이플 시럽과 함께 먹는게 가장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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