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장편 초청작인 ‘야구소녀’가 6월 18일 개봉했다. ‘야구소녀’는 한국영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다. 여기에 프로를 꿈꾸는 여자선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굉장히 도전적인 영화에 이주영이 뛰어들었다. 그는 ‘야구소녀’를 통해 관객들 마음속으로 직구를 던진다.

야구영화라고 하면 ‘공포의 외인구단’ ‘YMCA 야구단’ ‘미스터 고’ 등이 생각난다. ‘야구소녀’는 이 영화들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으로는 프로가 되는 것에 있어 남녀의 차이를 이야기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꿈을 꾸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야구소녀’를 본 후 극장에 걸리기까지 1년 정도 걸렸어요. 부산에서 프리미어 때도 관객분들이 많았는데 개봉한 후에도 ‘야구소녀’가 대중에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구라는 대중적인 코드가 있잖아요. 다만 여자 야구선수를 다룬 한국영화는 없었죠. 저도 영화의 스토리를 보고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느꼈어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선수들, 우리의 모습을 주수인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제가 야구의 ‘야’자를 꺼내기 부끄러워요. 대학을 체대 나왔지만 야구 문외한이거든요. 야구장도 친구들과 딱 한번 가봤어요. 그 당시에는 야구에 흥미를 못 느꼈는데, ‘야구소녀’를 찍으면서 왜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제가 연기한 주수인은 투수여서, 그 포지션에 대한 공부를 해야했죠. 투수는 구속도 중요하지만, 어떤 구질로 타자를 상대해야하는지, 그런 매력이 있더라고요. 저는 일본의 요시다 에리 선수의 너클볼 투구 폼을 찾아봤어요. 저를 가르쳐주신 코치님이 몸으로 부딪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투구 폼을 많이 보는 게 시뮬레이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셨거든요.”

영화 속 주수인은 이주영과 닮아있었다. 주수인은 프로선수를 꿈꾸고, 이주영은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이주영이 주수인을 보는 눈은 현실적이었다. ‘왜 힘든 일을 해야하나’라는 이주영의 생각을 깨트린 건, 그가 주수인에게 100% 동화된 후부터였다. 그렇게 이주영은 주수인이 되어갔다.

“주수인은 어린 시절 남자아이들보다 더 좋은 구속을 가진 투수였지만, 대학과 프로 진출을 앞두고는 상황이 뒤바뀌어버렸죠. 신체적으로 남자선수들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수인이는 프로의 꿈을 놓지 않아요. 수인의 그런 노력 자체가 젊은 세대의 삶과 비슷한 거 같아요. 처음엔 수인이가 안타까웠어요. ‘왜 쉬운 길을 택하지 않지’ ‘저렇게까지 해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꿈을 키워가는 아이한테 다른 길을 제안하는 건 큰 상처라고 느껴졌어요. 저도 연기를 이제 8년 정도 했지만 다른 거 해보라고 하면,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거든요.”

“‘야구소녀’를 페미니즘 영화로 바라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가 추구했던 건 꿈을 향해 달려가는 한 사람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거였어요. 페미니즘 요소도 무시할 수 없지만 큰 범주로 접근하려고 했죠. 부모님과의 갈등, 나보다 더 잘나가는 주변 인물에 의해 오는 박탈감, 이런 부분들은 수인이가 여자라고 해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죠. 다만 수인이가 주체적으로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하긴 했어요. 수인에겐 최코치(이준혁)가 있는데, 최코치가 하라는대로 따라가면, 수인의 의지가 아닌 것처럼 보일 거 같았죠. 수인의 에너지로 꿈을 이루는 모습을 스크린에 투영하고 싶었어요.”

여자선수가 134km 강속구를 뿌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주영은 그걸 해내는 주수인이 돼야했다. 투구 폼부터 신경써야했으며, 몸으로 야구를 체득해야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이주영이 큰 부담을 느꼈지만, 그의 주위엔 도움을 주는 이들이 많았다.

“이준혁 선배님은 정말 고마우신 분이에요. 캐릭터 특성상 최코치는 훈련할 필요가 없었는데, 저를 위해 선배님이 선뜻 훈련 기간 내내 함께 해주셨죠. 진짜 코치처럼 든든했어요. ‘야구소녀’가 주수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수인이의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최코치 등 주변 인물이 없었다면 주인공의 스토리가 플랫했을 거예요.”

“‘야구소녀’를 준비하면서 한달 동안 투구 훈련을 했어요. 한번 가면 세네 시간은 기본이었죠. 실제로 프로선수를 준비하는 남자선수들과 훈련하면서, 그분들이 ‘누나 저 트라이 아웃 보고 왔어요’라고 하면 신기했어요. 몸이 힘들었던 것보다는 제가 어떻게 134km를 던지는 수인의 폼을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죠. 어설프게 투구 동작을 하면 캐릭터가 무너지잖아요. 제가 다해야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어요. 저를 담아줄 카메라, 디렉팅 해주실 감독님 등 주변에 도와주실 분들이 많은데 단편적으로 생각했죠.”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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