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주영은 ‘야구소녀’와 잘 어울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논술로 체대를 다니다가 연극영화과로 다시 진학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과 거리가 있지 않았고, 도전을 즐기는 터라 야구라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컸다. ‘야구소녀’에서 이주영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주영이 만든 것이다.

“저는 체대를 논술로 갔어요. 몸을 쓰거나 운동하는 데 있어서 특출난 능력이 있기보다는, 그냥 두려움이 없었죠. 야구라는 스포츠도, 생소하고 모르지만 한번 부딪혀보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렸을 때 잠깐 발만 담근 수준으로 태권도, 합기도, 우슈를 했어요. 자의가 아니라 부모님의 타의로요.(웃음) 그래서 운동을 접하는 게 부담되진 않았죠. 다만 야구는 문외한이어서 모든 게 다 새로웠어요. 새 글러브가 왜 손에 잘 안 끼워지는지, 야구공에 실밥이 왜 있는지, 흙바람 날리는 그라운드에서 손 보호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하나씩 배워갔어요.”

“주수인은 예뻐보일 이유가 없는 캐릭터였어요. 수인이가 그렇다고 해서 남자아이들처럼 외형을 꾸미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죠. 실제로 촬영할 때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을 하지 않았어요. 전작들도 보이시한 모습이 많았는데, 그 캐릭터에 맞게 스타일링하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선 머리도 길러보고요. 저는 항상 스타일에서도 도전하고 싶어요. 머리가 짧아도 러블리하게 하던지, 화장도 진하게 해본다던지 말이죠. 머리를 길러보고 싶은데 계속 짧은 머리 역할을 하다보니 단발이 시그니처가 된 거 같아요.”

단편, 독립영화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온 이주영이 어느새 8년차 배우가 됐다. 이주영은 최근 영화 ‘메기’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독립영화계 스타로 오랜시간 알려져왔지만, 그 밖으로 고개를 내민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지도가 올라간 건 이주영에게 뜻깊었다.

“요즘 주변에서 ‘많이 올라왔다’ ‘너 정도면 잘하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제가 연기를 시작한 이래로,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죠. 되돌아보면, 저는 항상 똑같이 하고 있었어요. 인지도 없어도, 인지도 있어도,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치 안에서 계속 연기를 해왔어요. 인지도와 물리적인 보상보다 좋은 건 기회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몇 년 전엔 못 했던 연기를 지금은 할 수 있는.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저의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어요.”

“배우 8년차가 됐지만 내공은 많이 쌓지 못했어요. 저는 항상 걱정부터 앞서요. 새로운 작품, 캐릭터를 만날 때 설렘, 기대도 있지만,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죠.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두나 선배님을 만났어요. 저한테 인사해주시면서 몇 마디 나눴는데 정말 멋있는 거예요. ‘사람 자체가 멋있다는 게 저런 거구나’ 느꼈죠. 선배님을 통해 연기적으로 닮고 싶은 게 많아요. 캐릭터지만 현실에 있는 거 같은 인물로 만드는 능력. ‘최고의 이혼’을 보고 배두나 선배님의 연기에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받았어요. 저도 언젠간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주영의 도전은 야구선수를 꿈꾸는 여자아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짧은 머리가 시그니처처럼 됐어도, 머리를 길러보고 싶고, 야구 영화를 했지만 달달한 로맨스도 해보고 싶은 게 이주영의 마음이다. 주수인의 마인드처럼 이주영은 늘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134km 구속이 150km가 될 때까지 이주영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제가 (박)은빈이랑 친분이 있어서 ‘스토브리그’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어요. ‘스토브리그’가 ‘야구소녀’와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꿈을 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은빈이가 ‘스토브리그’에서 맡았던 역할과 제가 ‘야구소녀’에서 연기한 주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 두 작품처럼 저는 앞으로 그때그때 시의성을 담고, 보시는 분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걸 해보고 싶어요. 요새 목 마른 건 평범한 사랑, 로맨스예요. 편안하게 접근하면서 평범한 것들을 대변하는 이야기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지난 1년간 영화 ‘메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등으로 대중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어요. 이 사랑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고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것 중 라디오 DJ가 있어요. 그건 제 능력치 안에서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사극도 해보고 싶어요.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몸으로 부딪혀보고 싶죠. 배우로든 DJ로든 어떠한 감정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게 한다면 저도, 사람들도 위로받고 줄 수 있을 고 같아요.(웃음)”

사진=싸이더스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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