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에서 북한 최정예요원을 연기한 정우성이 지난 7월 29일 개봉한 ‘강철비2: 정상회담’에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분했다. 개봉 일주일 만에 100만 돌파에 성공했고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는 등 ‘강철비2’는 고공행진 중이다. 정우성은 남북미 세 정상들의 잠수함 회담을 통해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은 ‘강철비2’를 통해 한반도 그리고 우리에 대해 다시 꼽씹어봤다.

‘강철비2’는 ‘변호인’ ‘강철비’ 양우석 감독의 신작이다. 양우석 감독은 그동안 자신의 영화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누군가에겐 부담이 될 수 있는 작업이지만 정우성은 양 감독의 이러한 작업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가 맡은 한경재 대한민국 대통령도 갈등을 야기하기보다는 포용과 화합을 원하는 인물이었다.

“영화 스토리는 허구이고 풍자도 많죠. 장르적 새로움이 특별했는데 그 새로움에 깔린 건 현실적으로 빗대어져 있는 것들이었어요. 요즘은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정치적 입장을 결부해서 보기도 하잖아요. 양우석 감독님 자체도 작품마다 자신의 시선이 개입돼 있는데 1편도 그렇고 2편에서도 그런 개입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시선을 담은 영화에 왜 저를 얹으려고 하는지 궁금했어요. 양 감독님이 1편을 찍으며 저의 표정을 좋게 보셨나봐요. 한경재 대한민국 대통령의 침묵 속에 담긴 여러 표정을 제가 할 수 있다고 판단하셔서 제안 받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어요.”

“한경재의 외모가 판타지적인가요?(웃음) 관저에서의 아내(염정아)와의 시간, 평범한 남편과 아버지의 모습을 개입시켜서 지도자로서 권력 안에서 판단할 수 있는 모습보다는 인간적인 느낌을 담고 싶었어요. 한경재라는 사람의 고민이 어디에서 나왔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려주고 싶었죠. 그저 사람으로서의 한경재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을 수 없었죠. 그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민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그리려했어요. 현실의 당사자지만 당사자가 될 수 없는 중재자 입장의 불안한 마음, 그 속에서 끊임없이 침묵하는 사람이 한경재예요.”

정치적 색채가 짙은 영화다보니 정우성은 인터뷰의 많은 시간을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무게, 한반도에 대한 연민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특히 정우성은 언론배급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던 중 울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 이 시대에 사는 우리와 더불어 역사 속의 우리, 그 안에서 불행했던 우리가 떠올려졌어요.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왜 한이 많았는지, 한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생각나 울컥했죠. 한경재 대통령의 감정에 몰입되기도 했고요.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연민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대통령을 연기하면서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어요. 짜증나고 답답하고. ‘그게 우리 입장일 수밖에 없구나’하고 생각했죠. 특히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말이에요. 대통령의 직위를 떠나서 공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공심을 유지하는데 얼마만큼 스스로가 공심에 대한 자각이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 자리에 올랐을 때 유지해야하는 공심을 막각하고 사심을 집어넣으면 안 되죠. 그게 모두를 위한 거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잖아요. 진짜 공심을 생각할 때 공직자의 의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강철비2’에 곽도원 등 1편의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유연석, 앵거스 맥페이든, 염정아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1편에 출연한 배우들은 2편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맡게 됐다. 이른바 상호보완적인 속편. 정우성은 1편에서 맡았던 북한 최정예요원, 2편의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하며 캐릭터는 달라졌어도 한반도의 상황 그리고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바라봤다.

“2편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강철비’와 ‘강철비2’ 모두 주인공은 한반도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어요. 양 감독님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가 남북 역할을 모두 맡아보길 바랐죠. 입장이 바뀌어도 한반도의 상황은 다르지 않잖아요. 그래서 1편에서 북한 캐릭터를 맡든 2편에서 대한민국 캐릭터를 맡든 차이가 크지 않았어요.”

“곽도원 배우와의 호흡이 적어서 아쉽진 않았어요.(웃음) 유연석 배우는 책임감 있는 배우였어요. 계속해서 자기 표현에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자신이 맡은 젊은 지도자의 불안함과 일맥상통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앵거스 맥페이든은 남북 분단의 역사 공부도 많이 하고 현재 미국 대통령의 말투나 제스처를 연구해 왔어요. 특히 극작가, 연출, 배우 모두 해봐서 여유가 있더라고요. 앵거스가 폐소공포증이 있는데 그걸 잘 참아내더라고요. 아내로 나온 염정아 배우의 등짝 스매싱은 정말 아팠어요. 정말 반가웠고 든든한 아내의 모습을 만들어줘서 감사했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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