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예능인들이 주도하는 방송 예능계에서 온스타일 토크쇼 ‘뜨거운 사이다’(연출 문신애)가 어떻게 출발할지 관심사였다. 사회, 문화, 연예, 정치, 예술 분야 중 가장 핫한 이슈를 선정해 의견을 나누는 구성으로, 다양한 여성의 목소리를 내며 3회까지 방영됐다. 일단 포털사이트, SNS,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 반응이 뜨겁다. 기대 이상이다. 뜨거운 이유를 따져봤다.

 

 

01. 페미니즘 넘어선 이슈 선정

첫 회에선 여성예능 부재, 아이돌·정치인 팬덤에 이어 ‘문제적 인물’로 로리타 의혹의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로타를 초대해 질문공세를 펼쳤다. 2회에선 김기덕 감독의 여배우 폭행, 몰카범죄, ‘문제적 인물’석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앉혔다. 3회에선 여성혐오범죄, 반려동물 공공장소 공유, ‘문제적 인물’로 다큐멘터리 ‘불온한 당신’의 이영 감독을 초대해 성소수자 이슈를 다뤘다.

여성혐오·유리천장 등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요즘, ‘뜨거운 사이다’의 아이템은 여성의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만 여성 이슈를 예능으로 소비하거나 페미니즘에 매몰되지 않는다. 소수자, 인권, 반려동물, 왜곡된 인식, 불합리한 시스템 등을 공론화하며 인간의 가치에 충실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02. 과함과 모자람 No...속도감 Yes

매회 2~3개의 시의적절한 이슈를 요리한다. 한 가지 주제를 집중 탐구하는 ‘백분토론’,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썰전’의 중간쯤으로 포지셔닝 했는데 너무 짧지도, 장황하지도 않은 느낌이다. 꼼꼼한 취재와 적절한 사례 제시가 곁들여지고 중간에 ‘문제적 인물’ 인터뷰 코너가 배치됨으로써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간다. 속도감 넘치는 진행으로 인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기획 의도를 더욱 잘 살린다.

 

 

03. 출연진의 효과적 역할분담

‘라디오스타’에 필적할 정도로 진행자와 패널 6명이 돋보인다. 10년간 호흡을 맞춰온 ‘라스’와 비교한 이유는 각자의 퍼스낼리티 뿐만 아니라 역할분담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MBC 아나운서 출신으로 신뢰도를 쌓아온 박혜진은 균형과 속도조절을 하며 프로그램을 이끈다. 2명의 저널리스트(기자 출신 CEO 이여영과 영화전문기자 이지혜)는 트렌드 분석력과 비판적 시선, 용기 있는 발언으로, 예능프로에 나와 “카더라”와 직업윤리를 도외시한 채 ‘비하인드’를 남발하던 용감한 기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김지예 변호사는 기자 못지않은 취재력과 이슈에 어울리는 판례 인용, 법률 조언으로 대안 및 해법모색에 있어 완성도를 높인다. 모델 겸 여배우 이영진은 꼿꼿한 주관, 개그우먼 김숙은 특유의 당당함으로 참여한다. 누구 하나 ‘들러리’로 소외되질 않는다.

 

04. 솔직함의 카타르시스

이 프로그램의 미덕 가운데 하나는 솔직함이다. 가치중립적이고 몸 사리는 태도 대신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직설한다. '동종업계 눈감아주기'란 관례(?)도 허물어 뜨린다. 지난 2회 김기덕 감독의 폭행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이영진은 경험을 토대로 영화계 실태를 폭로해 관심을 모았다.

17일 방영된 3회에서 김지예 변호사는 여성비하 토론 중 나이 어린 여성 변호사란 이유로 자신을 비하한 모 유명 변호사 사례를 실명을 거론(삐소리 처리)하며 폭로하는가 하면, 토론 말미에 “(청와대)탁현민 행정관이나 처리하지”란 말을 투척했다. 시청자들은 시원한 사이다 발언에 공감하며 감정이입하게 된다.

사진=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