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0일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매년 추석과 설 명절 연휴마다 하루 평균 1000건에 달하는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행정안정위원회 이재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설부터 올해 설까지 명절 연휴 기간에 경찰이 접수한 가정폭력 신고는 3만1157건이었다. 하루 974건 꼴로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야 할 명절에 가정폭력이 급증하는 우울한 현실을 거둬내기 위해선 가족·친척간 배려와 존중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명절 시 가족간 금기어를 추렸다.

 

 

하나. 정치적 노선에 관하여

부모자식, 형제지간이라도 정치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진보건 보수건, 여든 야든 지지 정당 및 인물, 정책을 둘러싸고 토론할 순 있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정치성향에 대한 비판, 설득은 위험하다. 양심의 자유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밥상 뒤집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둘. 종교에 대한 간섭

정치와 마찬가지로 종교 선택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부모님이 식탁에서 “아멘”하고 있는데 “나무아비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칠 자식은 없을 거다. 내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거나 상대의 종교에 대해 간섭하는 행위는 어떤 관계에서든 온당하지 않다.

 

셋. 공부·취업·연봉·결혼·출산 질문하지 않기

사실 오랜만에 만나면 할 얘기가 많지 않다. 자주 얘기하는 사이라면 이런 저런 얘기를 하겠지만 가끔 보는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얘기인 공부, 취업, 출산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걱정되기 때문에 말하는 건데 듣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고 잔소리로 들리는 경우가 사실이다. “대학은 어디 갈거니?(나도 가고 싶다고요)” “취업은 언제 하니(백수탈출이 꿈임)” “월급은 얼마나 받니?(적으면 보태주시게요?)” "언제 결혼하려고?(나홀로족인데요?)" “아이는 언제 나을 거니?(아이 키울 형편이 안됩니다)”. 3포·5포세대인 젊은층의 아픈 곳을 콕 찌르는 질문보다 “잘 될 거야”라고 덕담을 하심이.

 

넷. 나이·외모 지적질 No

친척으로부터 “올해 나이가 몇 살이니?” “어머나, 벌써 (나이가)그렇게 됐니?”란 말을 들으면 불편해진다. 뭔가 압박하는 느낌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내 나이, 환경, 현실이 훅 밀려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좋아 보이네~살쪘니?” 혹은 “요즘 뭐 안좋은 일 있니? 얼굴이 상했네”란 말까지 보태지면 대략난감이다.

 

 

다섯.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 거주하든 독립세대를 형성했든 가족 개개인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않는 건 기본 예의다. 부모형제라도 내 물품에 함부로 손을 대면 기분 나쁘게 마련이다. 정 필요할 경우 미리 양해를 얻거나 사후 보고라도 해야 한다.

 

여섯. ‘부모론’은 반드시 상환

급전이 필요할 때 가장 만만하고 편한 상대가 가족이다. 특이 자식에게 약한 어머니는 주 공략(?) 대상이다. 급하다고 쌈짓돈을 털어가 놓고서, 꿀꺽 하면 옳지 않다. 이자는 드리지 못할망정 원금은 꼭 갚으시라. 무이자 6개월 등 상환 방법은 다양하지 않나. '오고가는 금전 속에 싹트는 사랑'은 가족대항 화투판에서만 적용되는 레토릭이 아니다.

 

일곱. 과거를 묻지 마세요

“어렸을 때 다른 집 엄마들처럼 해주지 못하시고선” “왜 혼수를 그 정도 밖에 안 해주셨어요” “전세금 급할 때 나 몰라라 했잖아요” “사업자금 지원해주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누구나 서운했던 과거는 있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 연로한 부모님 앞에 두고, 오랜만에 얼굴 맞댄 형제자매를 향해 불만을 늘어놓지 말자. 가족은 타인과 달리 이성보다 감정이 더욱 개입되기 쉬운 관계이므로 끈끈하게 내편이 되기도 하지만 남보다 더욱 무서운 사이로 돌변할 수도 있다.

 

사진= KBS2 TV '가족끼리 왜이래' 스틸컷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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