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범죄도시’에서 강력반 막내 강홍석 역으로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하준이 데뷔 3년차에 스크린 주연 자리를 차지했다. 12월 2일 개봉한 ‘잔칫날’은 하준, 소주연의 연기로 보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하준 역시 자신과 닮은 경만을 연기하며 ‘잔칫날’을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잔칫날’은 무명 MC 경만(하준)이 아버지의 장례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슬픈 날 아이러니하게도 잔칫집을 찾아 웃어야 하는 3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웰메이드 드라마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4관왕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화제가 된 이 영화에서 경만 역을 맡은 하준은 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그의 첫 연기상에 소감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는데 제가 이전에 배우로서 상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아직도 어색해요. 고이 모셔둔 상패를 볼 때마다 ‘저게 내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 생활을 하면서 작품을 본 관객, 시청자들과 소통이 될 때 상을 받았다고 느꼈어요. ‘잔칫날’로도 관객분들이 주는 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잔칫날’은 김록경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영화예요. 제가 감독님의 마음을 이해하면 경만이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었죠. 대본에 묵직함이 있었어요. 사람이라면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거나 겪을 일이어서 가짜로 보이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관객분들이 경만을 보고 위로와 힐링을 얻어야하지만 제가 기교를 부리면 진짜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 책임감, 부담이 있었어요.”

경만은 현실 속 우리와 많이 닮아있다. 누구나 장례식 경험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 눈물을 쏟는 것. 하준은 보편적인 슬픔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과거의 아픔, 슬픔이 모두 뒤섞인 그의 경험이 경만을 만들어냈다.

“배우라면 누구나 경만 역을 한 번 해보고 싶었을 거예요. 카메라 앞에서 실컷 울고 모든 감정을 다 내려놓고.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행복했죠. 제가 경만처럼 행사 MC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무명 MC 경만을 연기하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다만 캐릭터가 주는 중압감이 있었죠. 경만은 항상 ‘죄송한데’로 말을 시작하잖아요. 왜 그렇게 사는지 제 과거와 맞닿아 생각해봤어요. 20대 때 저도 누군가에 금전적인 부탁을 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경만처럼 말을 시작했거든요.”

“실제 염을 했던 공간에서 경만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촬영할 때 압박을 많이 받았어요. 감정적으로 복잡했고 시간적인 제약이 있었죠. 그래서 경미(소주연)한테 많이 의지했어요. 경미가 감정이 터지면 같이 터져서 모든 걸 내려놓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죠.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염 경험이 있어요. 그게 거의 20년 전이었고 장례문화가 투박했죠. 그래서 이 대본이 더 와닿았고 아직도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한순간에 감정이 무너져 내린다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으니까요.”

‘잔칫날’은 배우들의 케미 잔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록경 감독은 배우 출신으로 하준, 소주연의 섬세한 디테일을 잡아냈고 소주연 역시 하준과 찐 남매 케미를 터뜨렸다. 세 사람은 ‘잔칫날’에 대한 같은 감정을 느끼며 하나가 됐다.

“김록경 감독님은 배우 출신이셔서 저한테 큰 도움이 되셨죠. 대사 문장과 문장 사이 호흡을 섬세하게 봐주셨고요. 애초에 현장에서 회차가 많지 않아서 테이크를 가는데 시간이 소중하다는 각오를 해 촬영 들어가기 전 프리 기간에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현장에서는 감독님이 저였고 제가 감독님인 자웅동체 같은 전우애를 느꼈어요. 더욱 끈끈해졌조. 감독님이 제 연기를 같이 하며 숨쉬고 있다는 걸요.”

“(소)주연이와의 호흡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매우 좋았다’예요. 주연이가 밝은 친구예요. 밝은 모습 속에 눈물도 있고. 굉장히 씩씩한 친구죠. 연기라는 작업 자체가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친해져야 하는 작업이어서 마음을 열어야하는 용기가 필요하죠. 주연이는 제가 다가갔을 때 거리낌없이 다 받아줬어요. 촬영 이후에도 남매처럼 친해졌고 지금은 돈독한 관계가 됐죠. 주연이가 동생이다보니 가끔 일하다가 힘들면 치킨 사주고요.(웃음)”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트리플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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