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과 넉넉함 이면, 정보와 관찰의 부재로 ‘뻔뻔한 꼰대’ ‘불편하고 구질구질한 대상’이란 이미지를 덧칠당한 노년. 그들 역시 청춘의 강을 건너왔고, 마음 한편에는 청춘 못지않은 열정과 새로움에 대한 의욕이 빼곡하다. 세상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는 어른들 인생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작품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내민다. 주인공의 엄마아빠, 할머니로 존재하던 배우들을 스스럼없이 ‘주역’으로 소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어린이날인 5월5일, 노인을 위한 나라를 세운 3편을 톺아봤다.

 

■ 꼰대들의 유쾌한 인생찬가 ‘디어 마이 프렌즈’

 

 

13일부터 방영되는 tvN 금토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연출 홍종찬) 주인공들의 평균 나이는 73세다. 젊은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미니시리즈에서 60~80대 배우들이 주연으로 꽂히고, 그들의 이야기를 그려가는 점에서 이채롭다.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김영옥, 김혜자, 주현, 신구, 나문희, 윤여정, 박원숙, 고두심 등 시니어 어벤저스가 등장했다. 고현정을 제외하면 모두 황혼의 중견들이다. 노희경 작가는 “청춘들에게 꼰대라고 불리는 어른들과 어른들에게 싸가지 없다고 평가받는 청춘들이 드라마 제목처럼 ‘친애하는 친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했다”며 “그들 역시 젊은 세대와 다르지 않은 청춘들이라는 것을 그려가겠다”고 전했다.

 

사진=CJ E&M

드라마에는 60~80대의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남편과 사별한 뒤 주체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려는 72살 조희자(김혜자), 세계일주를 꿈꾸는 72살 문정아(나문희), 65살 싱글녀 오충남(윤여정)과 72살 로맨티스트 이성재(주현), 불륜관계인 딸 때문에 맘 고생하는 63살 장난희(고두심), 75살 짠돌이 김석균(신구), 가족 뒤치다꺼리로 허리가 휘어진 86살 오쌍분(김영옥)이 주인공으로 자기의 사연을 풀어 놓는다. 고현정과 신성우 등이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고현정을 제외하고 현장의 막내인 고두심은 “나 역시 학창시절과 처녀시절이 있었지만 ‘전원일기’ 등 드라마에 몸담으면서 나라는 존재는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불쑥불쑥 내 성격이 나올 수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 노부부의 사랑과 갈등 ‘45년 후’

 

결혼 45주년 파티를 준비하던 케이트와 제프 부부에게 남편 첫사랑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편지가 날아든다. 5일 개봉한 ‘45년 후’(감독 앤드류 헤이)는 이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노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감동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린다.

무엇보다 노배우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현혹될 만한 슬픈 시선이 압권이다. 첫사랑 소식에 흔들리는 남편을 보며 불안해하는 케이트 역 샬롯 램플링은 눈빛과 표정만으로 기쁨과 슬픔, 행복과 혼란스러움 등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낸다. 남편 역 톰 커트니는 관객의 마음을 자연스레 마인다.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는 은곰상(남녀주연상)을 노배우들에게 헌정했다.

 

■ 무한사랑의 ‘계춘할망’

 

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무대로 할머니와 손녀 이야기인 ‘계춘할망’(감독 창)은 해녀 계춘 할망(윤여정)이 시장에서 5살 손녀 혜지(김고은)를 잃어버린 뒤 12년 만에 재회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잃어버린 10여 년의 세월만큼이나 달라진 손녀와 달리 품안에서 키운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무한사랑은 변함이 없다. 할머니가 몰래 담배를 피우던 손녀와 쭈구려 앉은채 맞담배를 피우며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내가 니 편 해줄 테니 너는 너 원대로 살아라”란 대사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든든한 위로가 된다.

이질적인 할머니와 손녀가 엮어가는 소소한 일상이 특별한 이야기로 바뀌는데 중견 여배우 윤여정의 힘이 절대적이다. 제주도의 강한 햇살과 파도를 견뎌낸 해녀의 강인함과 손녀를 잃고 10년 넘게 겪은 고통을 고스란히 담아낸 얼굴과 연기는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5월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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