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서이경은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감정선과 서사를 가진 인물이기도 했다. 사라진 남편을 찾기 위해 그린홈에 왔다가 고립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임신을 알아차리게 된다. 때문에 남편의 생사를 꼭 확인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었고, 이런 상황이 서이경의 원동력이 됐다.

“저는 서이경이 굉장히 정의롭고 밝은 캐릭터라고 생각했거든요. 종말조차 와 닿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컸던 거 같아요. 여기에 생각지도 못한 아이가 생기면서 새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생겼다고 해석했어요. 생명을 지켜야 겠다는 집념에서 큰 감정이 생겨나면서 힘을 내서 액션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서이경은 차현수를 군사들에게 넘길지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린홈의 유일한 희망인 차현수를 군에 넘긴다는 것은 주민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했다. 이시영은 서이경의 감정을 어떻게 해석했을지 궁금했다.

“대사에 있는 것처럼 이경이는 현수를 넘길 생각이였어요. 남편을 찾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라도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들이 있잖아요. 다만 현수의 살고 싶었다는 말 한마디에 무너져 내려요. 이경이 역시도 같은 이유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당연한 거니까요. 소방관이라는 본분을 잊고 재난상황에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살고자 욕심을 부린 건 아닌가, 깨달으면서 이경이가 감정적으로 스위트홈에 합류하게 되는 지점이었던 거 같아요”

남편과 아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서이경이 괴물화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은 이유도 의아했다. 여지를 남겨둔 이은혁(이도현), 편상욱(이진욱)과는 달리 서이경은 군에 합류하며 그린홈 주민들과 헤어졌다. 지켜주지 못한 딸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끝내 태아괴물로 변하고 마는 임미숙(이봉련)과는 그 결이 달랐다.

“아 다르고 어 다르고의 차이 같아요. 엄마가 아이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욕망은 아닌거 같아요. 내가 엄마라면 가질 수 있는 본질적인 모성애인 거 같아요. 욕망보다는 사랑에 가깝기 때문 아닐까요. 유모차를 끌고 다니던 임미숙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태아의 모습이 되잖아요. 어떤 면에서 괴물이 인간보다 나을 수 있는 거 같아요.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크셨던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경이가 괴물화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이시영은 ‘스위트홈’ 등장인물 중 원작 웹툰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로 송강을 꼽았다. 서사는 최대한 가지고 오되, 캐릭터들이 보다 섬세해지고 디테일에 변화를 준 가운데 원작보다 정의감과 책임감이 실린 차현수를 보여준 송강을 선택한 것.

“캐릭터들이 원작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싱크로율이 가장 높은건 현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현수가 원작보다 좀 더 주체적인 역할이잖아요. 송강 배우 자체가 현수랑 워낙 어울렸어요. 어떤 면에서 현수가 이기적이고 주체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송강이 연기한 정의감도 가지고 있으니까요”

시즌2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특히 서이경은 그린홈 주민들과 헤어져 군에 합류했기에 독립적인 서사를 가진 인물이 될 확률이 높았다. 

“이경이로서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뱃속의 아이가 괴물화 되었을지 궁금했거든요. 괴물화가 된다면 아이를 낳는게 맞는것인지, 나의 의지와 상관이 있는지도요. 우선 이경이는 남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까요. 아이를 얻는것과 동시에 남편이 실종됐기 때문에 갈망이 더 커졌다고 봐요”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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