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현경이 영화 '아이'를 통해 그토록 바라던 김향기와의 연기호흡을 맞췄다. 극중 인물 영채로서도, 인간 류현경으로서도 많은 위로를 받은 작품이 됐다.

"김향기 배우를 만나고 풍요로워졌어요. 예전 광고나 작품들 봤을때부터 이모 마음으로 '어떻게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연기를 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향기가 연기하는 인물 때문에 제가 위로받은게 많았어요. 실제로 만나보니 저보다 더 성숙하고 진득하더라고요. 그런 진중한 면모를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아이'는 일찍 어른이 돼버린 아이 아영(김향기)이 의지할 곳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되면서 시작되는 따스한 위로와 치유를 그린 영화다. 류현경은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부터 영채가 겪었을 굴곡많은 삶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극중 아영을 통해 위로받는 캐릭터를 보고 다행스럽기도, 행복하기도 했다.

"항상 마음이 불안하고 행동이나 말들이 꼬불꼬불하게 나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이나 사랑, 자신에 대한 상실이 가득찬 인물이라고 봤어요. 안쓰럽고 슬프게 다가왔죠. 대신 거기에 젖어있기보다 아영과 교감하면서 변해가는 모습을 집중하게 됐어요. 관객분들이 보시면서 영채 마음속에 있는 정서들을 잘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면서 집중했던 것 같아요"

"영채가 아영같은 귀인을 만나면서 삶이 평화로워지고 자기 자신을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대본이나 리허설 과정이 길었거든요. 그때 배우분들, 감독님과 교류하면서 많은 것들이 감사했어요. 그리고 그 시간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잘 투영된 것 같아 너무 행복했어요. 또 '삶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하는 것들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극중 영채는 술집에서 일하는 소위 직업여성이다. 홀로 아이를 키우고 생계를 유지하고자 택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류현경은 "풍요롭지 못한 한때"를 겪는다는 점에서 그런 영채와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직업에 국한되지 않고 시나리오를 봤고, 마음 속 공백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봤어요. 상실감을 매일 느끼는 인물.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때가 있잖아요. 사회적 편견이나 삶 속에 살아간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풍요롭지 못한 영채의 모습이 저의 한 때를 떠오르게 하는것도 있었고요"

"마음의 공백과 여백이 있던 때는 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던 때였던 것 같아요. 사람을 대하거나 작품을 찍을 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많이 질책했어요. 근데 시간이 흐르면서 '왜 그렇게 질책했지?' 싶더라고요. 잘 살아가고 많은 사람들과 작업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지금은 '나 잘 살아왔구나' 생각이 들고 저를 칭찬하게 됐어요"

'아이' 속 류현경의 영채 연기를 보면 리얼하고 살벌한 욕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류현경은 긴 대사를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랩처럼 나오도록 달달 외웠다"고 비하인드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욕설 연기를 받아줘야 했던 현숙 역 박옥출에게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감독님과 같이 지루하지 않게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요. 템포와 음역대를 생각하면서 공부했어요. 나중엔 랩처럼 할수있게끔 달달 외웠죠. 상대 박옥출 선배님이 그때 아이를 잉태하고 계셨는데, 너무 죄송했어요. 다행히 지금 출산하고 잘 키우고 계세요(웃음)"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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