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이번 영화는 '동주'에 이어 또 한번 흑백으로 제작됐다. 더 선명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시대에서 굳이 흑백을 고집한 이유가 뭔지 의아하다. 이준익 감독의 답변은 "흑백이기 때문"이었다.

"흑백을 선택한건 흑백이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 일상은 모든게 컬러잖아요. 또 이건 과거 200년전 이야기에요. 과거를 흑백으로 본다는 건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았어요. 사극을 그전에 다 컬러로 찍었잖아요.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흑백을 고집했죠. 또 요즘 사극 한 편 찍으려면 기본이 100억원이에요. 이번에도 나름 스케일이 있는데 그나마 흑백으로 했기에 좀 아낄 수 있었죠" 

흔히 누군가 감독에게 '이 영화가 가진 메시지는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자신의 생각을 쉽게 풀어 설명해준다.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불손하다"며 이같은 언급을 철저히 경계했다. '영화란 만든 사람 보다 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감독으로서의 신념이기도 하다.

"감독은 지식을 다른 결정체로 만들어내기 위해 지혜를 발휘할 뿐이죠.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다고 말로 전하면 제 스스로가 불손해보여요. 만드는 사람의 의도보다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는 의미가 그 영화의 값인거예요. 입장료를 내고 시간을 내고 영화에 관심을 가진 자신의 호기심을 책임지는 값"

"난 이렇게 했어도 그가 저런 의도로 봤으면 그게 맞는거예요. 본래 알고있는 세계를 느끼는거지 그에게 없는 세계를 설명하고 설득하는건 전달된다고 보지 않아요. 또 작품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에요. 영화와 관객은 1대1로 만나는거죠"

이준익 감독은 늘 낯선 인물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를 담아낸다. "보잘것 없는 사람 같고 소외된 사람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 내가 있다"는 말로 이를 풀어냈다. 어쩌면 이같은 이준익 감독의 의도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매료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가 앞으로 선보일 또 다른 인물들은 누구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왕이든 장군이든 반복적으로 다뤄지는 인물들이 있어요. 근데 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찾아다녀요. 그래야 될 것 같아요. 또 제가 상업영화 감독이긴 하지만 소재 선택에 있어서는 상업적 목적 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들을 두고도 상업적 수단으로 최선을 다하는 여정을 추구해요. 영화로서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말자는 생각이죠"

"동시대를 살았던 뜨거웠던 인간들이 많은데 왜 그 시대를 대표하는 특정 사람들만 재생산·재소비 되는가 하는 생각이 있어요. 주목받지 못했지만 뜨거운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 내가 있고 네가 있을수 있는 거죠. 송몽규, 후미코, 창대, 정약전 모두. 그런점이 좋아요. 나이 먹을수록 그런 쪽에 흥미가 가요. 그래서 하는거예요"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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