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자산어보'를 통해 변요한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선배 설경구와 이준익 감독이 아닌가 싶다. "주변에 정말 좋은 어른이 다섯 분 계신다. 그중 두 분이 설경구 선배, 이준익 감독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나 실제로 오래전부터 존경하던 선배였던 설경구와의 호흡은 창대와 정약전의 관계처럼 벗과 사제지간 사이를 오갔다.

"평소 존경하던 선배님이세요. 좋아하는 작품에 출연하셔서 항상 뵙고싶었죠. 좋은 후배가 되고 싶었어요. 선배님은 아침에 일어나서 줄넘기 1000개를 하고 그 신에 맞는 체형을 만드세요. 감독님이 말씀하신 선비의 모습을 갖추려고 무수히 노력하는 모습 봤어요. 대본도 잘 안보세요. 그만큼 다 준비가 돼 있다는거죠. 전 그 모습을 보면서 배우고 잘 따라가려고 했어요"

"이준익 감독님도 정말 최고예요. 감독님은 장점만 보세요. 약점은 눈감아주시죠. 사실 그게 쉽지않은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싶어요. 그렇게 힘을 주시는데 배우들이 즐겁지 않을 수 있겠나 싶었죠. 너무 멋진 분이에요. 다음에 만날 배우분들이 부러울 정도로 훌륭한 분이시죠. 이번에 제가 못 봤던 얼굴들도 많이 끌어내주셨어요"

이번 영화는 이준익 감독이 '동주'에 이어 또 한번 흑백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변요한으로서도 흔치 않은 도전이자 기회였다. 배우로서도 관객으로서도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됐다.

"처음엔 겁이 났어요. 흑백이라서 눈빛이나 표정 같은 것들, 평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모니터링 하고 나서도 과감하게 마음을 내려놨죠. 서툴더라도 거짓말 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이해가 안되면 말하지 말자는거죠. 기술이 아닌 진심으로 가보자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두 번은 없을 기회였죠"

"자세히 보면 지나가는 벌레들도 보여요. 어떻게보면 그게 정말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봐야할 것을 못 보는 좁은 시야를 갖고 있었나 싶기도 하고요. 별, 파도 같은 자연도 그렇고. 흑백을 통해 오히려 그런 것들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변요한은 드라마 '미생'으로 눈도장을 찍은 뒤 영화 '소셜포비아'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하루',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션샤인'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을 펼쳤다. 배우 생활도 어느덧 10년차를 맞이했고 나이는 서른 중반이 됐다. 

조금씩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멋쩍어가는 시기를 향해가고 있지만 변요한은 "계속 청춘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은 청년어부 창대와도 맞닿아 있었다. '자산어보'와 창대가 변요한에게 더욱 진심으로 다가온 이유일 듯하다.

"계속 청춘이고 싶죠. 창대와도 닮아있는 것 같아요. 반항심도 있었고 지금도 방황하고 갈피를 놓칠 때도 있어요. 외로움도 많이 느끼고 근데 일은 잘하고 싶고. 여러가지 복합적으로 섞인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의 반복이죠. 이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아요"

"'꿈을 갖고 용기를 가져라' '실패해도 된다. 그것도 멋진 것이다' '부딪쳐라' 그게 창대를 연기하면서 배운 마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실수를 인정하고 눈 감아주는 친구가 분명 있겠죠. 그럼 성공한 인생이지 않을까요"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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