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Only Live Once! 단 한 번뿐인 인생,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자는 '욜로'가 유행이다. 유행은 때로 바람을 반영한다. 욜로 라이프에 대한 갈망은 동시에 욜로하지 못하다는 걸 의미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9월 16일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6.1%가 욜로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이 욜로족에 가까운 편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31.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여기, 31.9% 안에 드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서울 마포구의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담다의 큐레이터 김하예진(28)이다. 그는 제도권 교육을 강압적이라고 여겼으나 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명령을 듣지 않았다. 이 자유로운 성정의 사람에게 욜로 라이프를 살고 있는 것 같냐고 물었다. 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욜로 라이프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던지기도 했다.

"강제성에 매여 살지 않았다. 반항적이진 않았지만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냈다. 욜로라이프라고 하면 편하고 즐겁고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는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막상 내가 원하는 걸 알고 좋아하는 걸 하려면 자신을 알아야 한다. 반대에 부딪히는 일도 많다. 부모님의 지지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욜로 라이프를 쟁취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았던 김하예진의 현재 직업은 큐레이터다. 그는 영국에서 국제 미디어를 공부하며 집값을 아끼기 위해 셰어하우스에 입성했다. 두 플랫메이트들과 동거동락하는 삶은 JTBC 드라마 '청춘시대'를 상상케 했다.

"너무 다른 배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한 집에 모인 거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어려움이 생겼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비자 문제로 한동안 고생했다. 서로 말을 잘 안 하고 지내다가 터놓고 얘기했을 때는 조금씩 도와주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면서 나중에는 가족처럼 됐다. 한 번은, 두 명이 독일로 여행을 간다고 집을 비웠는데 너무 허전해서 잠이 안 오더라. 그때 그 친구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때로 편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김하예진은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화이트칼라의 일과 블루칼라의 일이 혼재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머리를 정말 많이 써서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내지만, 실행 단계에서는 육체노동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럴 땐 좀 힘이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힘든 건, 한국에서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박봉이라는 점이다. 나도 어떨 때는 위기를 느낀다.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온다. 그래도 일을 하고 나면 이 직업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땅의 수많은 청년처럼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에서 행복을 찾았다. 그 기저에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금융 쪽이나 IT 계열에 종사하는 친구가 많다. 탄탄한 직장에 연봉도 많다. 그런데 보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연금이나 붓다가 끝나겠지' 같은 말을 많이 한다. 나는 내 생각을 기획하면서 실제로 눈앞에 펼치면서 행복을 느낀다. 내 것을 계속 만들고 있다는 보람이 크다."

 

 

비혼이 유행과 선언을 오가는 2017년이다. 그러나 김하예진은 내 편을 만들고, 서로 지지하고 함께 성장하며 어른이 되는 과정이 기대된다고 결혼을 묘사했다. 동시에 주변 비혼자들의 선택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회적인 여건이 힘들어지다 보니까 포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동일한데 제도적인 것에 의해 (결혼이) 부정적으로 돼버린 것 같다. 우리 세대는 일을 하잖나. 결혼을 하면서 직업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복지도 안 돼 있고. 개인주의가 심해진 것도 한몫한다고 본다.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상처를 받기보다 혼자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분들에게는 실례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자기를 가두는 경향이 심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는 평소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걸 즐긴다. 그러나 최근 일상이 바빠지면서 강제로 혼놀족이 됐다.

"혼자 있는 것도 잘하는 편이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아, 전시는 혼자 본다. 같이 보면 속도를 맞춰야 하잖나. 오래 보면 괜히 미안해서 집중이 잘 안되더라. 혼자 다니면 편하다. 그러다가 외로움이 밀려오면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

 

 

직업에 대한 애정이 있는 만큼 큐레이터로서 갤러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일로 이마에 주름 잡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자신의 직장, 아트스페이스 담다를 언급했다.

"이 갤러리가 연남동의 유일한 갤러리다. 대표님도 그렇고 팀원들도 갤러리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연남동에 오는 사람들이 올 수 있게 하는 전시를 해야 한다. 단순히 재밌기만 하고, 그때 그때 보면 좋고 이런 전시면 우리 직원들이 만족을 느낄까 싶다. 관객의 니즈가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걸 해야 하는 것도 맞다. 메시지와 소재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하는 단계인 것 같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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