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대통령 탄핵, 새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이 지배했던 한국사회를 압축한 말이다.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34.0%인 340명이 '파사현정'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택했다고 17일 밝혔다.

파사현정은 불교 삼론종의 기본교의이며, 삼론종의 중요 논저인 길장의 '삼론현의'(三論玄義)에 실린 고사성어다. 최경봉 원광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눌렀던 상황에 시민들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으며,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됐다"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영욱 성균관대 교수(화학과)는 "이전 정권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절차와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단절한 것은 '파사'이며 새로이 들어선 정권은 '현정'을 해야 할 때"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동아시아학과)는 "먼저 진실을 명백하게 가리는 일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사자성어 후보들도 '적폐청산' '개혁'이란 화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파사현정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18.8%를 얻은 '해현경장'(解弦更張)이었다. 중국 한나라 때의 박사인 동중서가 무제에게 올린 '현량대책'(賢良對策)에서 유래했다.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사회·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3위는 16.1%가 선택한 '수락석출'(水落石出)이다.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뜻이다. 홍승직 순천향대 교수(중어중문학과)는 "좀처럼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전 정권의 갖가지 모습이 정권이 바뀌면서 드러나는 현 상황에 적합한 말이다"라며 수락석출을 추천했다.

16.0%의 지지를 얻어 4위에 오른 '재조산하'(再造山河)는 '선조실록'에 나오는 말로, 명나라 사신이 선조에게 유성룡을 추천하면서 '국토를 재건할 것'이라 한 데서 유래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는 15.1%의 교수가 선택해 5위를 기록했다. 염정섭 한림대 교수(사학과)는 "촛불혁명의 완수와 민주주의 체제의 완성을 위해서는 뼈와 태를 바꾸는 것에서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의 혁신이 필요하다"며 환골탈태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했다.

사진= 교수신문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