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을 향한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이후 SNS에는 그를 향한 비난 댓글이 속출하는가 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여 의원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졌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날 간첩조작사건 고문의 가해자 피해자들을 다루면서 1980년 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가 당시 서울시경 정보과에서 근무하던 석달윤씨를 고문 수사를 통해 간첩으로 조작한 사건을 소개했다. 당시 1심 담당 판사였던 여상규 의원은 석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석씨는 1998년 가석방됐고, 2009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여 의원은 제작진과 통화에서 “석달윤씨를 기억하느냐”는 질문에 “재판을 한두번 하는 것도 아니고 매주 한 열 건 정도씩 하니 1년 이상 된 거는 기억할 수 없다”고 당당한 태도로 답하다가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고 말하곤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방송 직후 여상규 의원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가 하면 그의 페이스북에도 비난이 쇄도했다. 여 의원과 함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황우여 전 교육부총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정형근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안강민 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임휘윤 변호사, 김헌무 변호사, 이영범 변호사,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간첩조작사건과 관련된 이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보다 기억이 안난다고 발뺌하거나 부인, 제작진에 대한 비난 등의 행태로 도마에 올랐다.

28일 청와대 게시판에는 “여상규 국회의원직을 박탈해 달라”며 “무고한 사람을 간첩죄로 엮은 놈들도 나쁘지만 간첩죄 판결을 한 여상규가 더 나쁜 놈입니다. 아직도 미안해하기는커녕 뻔뻔하기만 한 인간이 국회의원이라는 현실이 암담합니다”란 글이 올라왔다. 29일에도 게시판에는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을 처벌하거나 파면해달라는 청원이 40건 가까이 올라오는 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서명을 받은 국민청원은 “군사독재 시절 자행된 간첩 고문 조작사건들의 가해자들을 처벌해주십시오”란 글이다. 28일 시작된 지 반나절도 안돼 4500여 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여 의원의 발언에 정치권도 비판을 가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은 웃깁니까? 우리는 피눈물이 납니다”라고 밝혔고, 진선미 의원은 “여상규 의원은 현재 자유한국당 ‘정치보복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이라며 “무고한 사람들에게 간첩이라는 누명을 씌워 사형까지 당하게 만든 세력이 또 전쟁을 막고 신경제성장의 기회인 ‘평화올림픽’에도 추악한 색깔론의 누명을 씌워 폭망시키려 합니다! 절대불가!“란 의견을 밝혔다.

바른정당도 28일 논평을 내고 여 의원을 향해 “1980년대 불법 구금과 고문 속에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냈던 당시 판사가 그 책임을 묻는 기자에게 ‘웃기고 앉아있네’라며 대화를 끊던 모습은 안하무인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한편 여상규 의원에 대한 ‘과거사’도 집중 조명되고 있다. 여 의원은 서울대 법대, 제20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형사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판사 역임 후 변호사를 거쳐 2008년 한나라당 소속 제18대 국회의원(경남 남해 하동군)으로 정치권에 입성했으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2012년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을 자살로 몰아간 책임있는 장본인”이라고 비난해 구설에 올랐다. 문 후보가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친인척 비리를 밝혀 엄벌하기보다 덮기 바빴다고 주장하며 노 전 대통령 형 노건평씨와 영부인 권양숙 여사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비리가 드러나자 부끄러워 자살한 것”이라며 “노무현 자살은 문재인이 초래했다”고 했다.

2017년 10월에는 문 대통령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노 전 대통령 가족을 뇌물사건의 공범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당시 여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결성한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국회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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