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여검사가 방송에 출연해 실명과 모습을 공개하고 사건의 전모를 전해 일파만파의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인터뷰석에는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손석희 앵커와 마주했다. 서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8년 전 이뤄진 성추행 사건과 이후 부당한 감사와 인사발령 등에 대해 폭로한 바 있다.

이날 서 검사는 손 앵커의 질문을 받고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서울 북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0년 10월경 장례식장에서 옆자리에 앉은 법무부 간부 안모 전 검사가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고 엉덩이를 수회 쓰다듬는 등 강제 추행을 당했다. 심지어 안모 검사의 옆자리에는 법무부장관까지 동석한 상태였으며 다수의 검사들이 있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제61대 법무부장관을 지낸 이귀남 장관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지현 검사는 “갑자기 당한 일이었고 장관까지 있는 자리라 공개적으로 항의하기도 어려웠다. 환각인 것만 같았다. 상당한 시간에 걸쳐 이뤄졌다. 수치심이 컸다”고 밝혔다.

아연실색한 손석희 앵커가 법무부장관은 그런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느냐고 묻자 “그때 안 전 검사가 앞의 일정 때문에 전작이 있었다고 들었다. 취해 있는 그 사람을 보고 법무부장관께서는 '내가 이 놈을 수행하는 건지, 이 놈이 날 수행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이 이걸 보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이후 서 검사는 검찰 조직 내 간부에게 문제제기를 해 당사자의 사과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이후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 오히려 상황은 점점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업무감사를 통해 지적을 받고 검찰총장 경고에 이어 통영지청 경력검사으로 발령이 나는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까지 이뤄졌다. 이 모든 배후엔 안 전 검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안 전 검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래전 일이라 기억하지 못한다. 사과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불이익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서지현 검사는 방송에까지 출연한 이유에 대해 "저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했다. 글을 올릴 때까지 방송 출연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주위에서 피해자가 직접 이야기해야 진실성이 있다고 해서 나오게 됐다“며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나왔다. 제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음에도 8년 동안 스스로 잘못한 게 아닐까 하는 자책감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범죄 피해자분, 성폭력 피해자 분들께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저 역시 이것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검사는 방송 말미에 검찰 내에 성희롱, 성추행뿐만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지고 있으며 피해자들을 향해 “(남자)검사의 발목을 잡는 꽃뱀”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도 전해 손석희 앵커와 시청자들을 경악시켰다.

 

사진= 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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