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웃는 사람도, 밝은 사람도 많지만 또렷한 눈빛과 굳건한 목소리로 건강함을 전달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지난 12일 성동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우 원진아(27)에겐 바로 그 힘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하문수 역을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했다. 신인인데도 주연을 꿰찬 저력이 당당하면서도 겸손한 태도에서 묻어났다.

 

 

"털털하고 씩씩한 성격이다. 활발한 편이어서, 목소리도 크고 행동도 크다.(웃음) 감독님이 처음부터 신인을 캐스팅하고 싶어 하셨다. 연기를 잘하거나 그런 걸 떠나서, 감독님이 생각하신 그림이랑 나랑 맞았던 것 같다. (하)문수랑 비슷한 면을 많이 봐주셨다."

2015년 영화 '캐치볼'로 스크린에 처음 출연한 그는 이후 '강철비' '돈'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연기 인생 4년 차, 드라마 경험은 전무한 상태에서 16부작 드라마의 주연 자리가 손에 잡히자 처음엔 겁이 났다.

"덜컥 되고 나니까 겁이 났다. 이걸 내가 해도 되나 싶더라.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인지 고민이 됐다. 그런데 많이 하고 싶었나 보더라. 못 하겠다는 소리는 절대 안 나왔다. 감독님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뽑아 주셨겠거니, 믿고 따라가려 했다. 현장에 가니 선배님들, 감독님 모두 배려를 많이 해 주셔서 괜찮았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하문수는 건물 붕괴 사고로 동생을 잃고, 그 트라우마와 싸우며 살아간다. 어른스럽고 의젓한 성격이기도 하다. 원진아와는 그런 부분이 닮아 있었다.

"문수는 외향적이진 않다. 배려는 하는데, 밝은 사람은 아니다. 그에 반해 나는 외향적이다. 그것 빼고는 공통점이 생각보다 많았다. 문수도 첫째고, 나도 첫째다. 특히 엄마와의 관계가 공감 갔다. 어머니들이 첫째 딸에 의지하는 게 강하고, 딸은 또 크면서 자기가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나는 할 말은 하는 성격인데 문수도 따박따박 할 말은 다 한다."

3남매 중 장녀로, 집안에 폐를 끼치지 않고자 배우의 꿈을 미뤘다. 그러다 부모님이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허락한 이후 상경해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만약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원진아는 배우의 꿈을 접었을까. '아니'라는 말을 예상했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는 의외의 답을 들었다.

"나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열정이 있어도 상황이 따라 줘야 한다. 책임감이 있다 보니 나 혼자 잘 되려고 집을 나올 수 없겠더라.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애초에 부모님이 허락하시기 전에 도망쳤을 거다. 부모님은 좀 더 빨리 도와줄 걸 하면서 미안해하신다. 그런데 나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연기를 하고픈 마음이 더 커졌다고 생각한다."

②편으로 이어짐.

 

사진 권대홍(라운드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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