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누아르'를 내세운 영화 '괴물들'은 10대 청소년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담는다. '제초제 음료수 사건'이라는 실화를 모티프로, 폭력에 망가진 인간의 이면을 오롯이 담아내려 노력한다.

 

사물함 속 제초제 음료수를 마신 교내권력 1인자가 입원하자 2인자인 양훈(이이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재영(이원근)을 제물로 삼은 양훈의 괴롭힘이 점점 더 심해져 가던 어느 날, 양훈은 재영에게 자신이 짝사랑하는 보경(박규영)의 뒤를 밟게 협박한다. 점점 심해지는 양훈의 요구에 재영은 보경과 똑같이 생긴 예리를 통해 '빵셔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괴물 같은 양훈에 의해 고통받는 재영, 1인자의 부재를 틈타 왕으로 군림하는 2인자 양훈, 재영과 양훈에 의해 착취당하는 예리까지 '괴물들' 속 캐릭터들이 폭력의 늪에서 살아가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재영(이원근), 살아남기 위해 '괴물'을 택하다

 

재영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고등학생이다. 그러나 교재 1인자 타이틀을 거머쥔 양훈에게 집요한 폭력을 당한다. 전학을 가고 싶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재영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친다.

'괴물들'은 폭력이 한 인간을 어떻게 굴복시키는지를 재영을 통해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재영은 양훈의 부탁을 들어주면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양훈의 요구는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범죄의 영역에 다다른다.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으면 괴물에게 잡아 먹혀야 하는 상황에서 재영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고뇌하는 재영의 모습은 폭력 속에서도 지켜야 할,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존엄이다.

 

양훈(이이경), 폭력에 길들여지다

 

1인자 용규가 제초제가 든 음료를 먹고 입원하자 양훈은 그 빈자리를 대신한다. 양훈에게 학교는 전쟁터다. 강자에겐 굴복하되, 약자는 짓밟아야 말을 잘 듣고 뒤통수를 치지 않는다. 그는 원하는 게 있다면 가져야만 한다. 짝사랑하는 여자 보경에 대한 욕망으로 재영을 종용한다. 그러나 재영이 보경과 닮은 여자 예리와 친하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예리에게 관심을 돌린다.

'괴물들'은 양훈의 폭력성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의 이면도 밝힌다. 학교에선 왕인 양훈도 가정에서는 피착취자가 된다. 두 얼굴을 지닌 양훈의 이야기는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다. 그러나 '괴물들'은 양훈 또한 피해자라는 이유로 그에게 면죄부를 주진 않는다.

 

예리(박규영), 여성이기에 착취당하다

 

보경은 양훈이 짝사랑하는 학생으로, 뛰어난 미모 때문에 남학생들의 선망을 받고 있다. 그는 양훈의 협박을 받은 재영에 의해 미행당하고, 사적인 부분까지 침범당한다. 한편, 보경과 닮은 예리는 독신 여성인 동시에 지적 능력이 6살 수준이다.

'괴물들'은 폭력의 굴레를 고발한다. 양훈이 재영을 억압하고, 재영은 예리를 폭력의 구조로 끌어들인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예리는 폭력이 최하위 계층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엔 그의 성별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영화가 예리를 다루는 방식은 재영과 양훈을 다루는 방식과 사뭇 다르다. 재영과 양훈이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에 비해 예리는 오로지 두 남성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예리의 고통도 재영의 시선으로 봐야만 드러난다.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여성 인물이 남성에 의해서만 설명된다는 점은 '괴물들'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러닝타임 109분. 청년관람불가. 3월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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