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시(Missy)’라는 말이 유행처럼 많이 쓰였습니다. 결혼한 여성인데도 미혼 여성(Miss)처럼 보일 정도로 젊고 예쁘다는 뜻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미시’라는 말은 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혼을 분명 했고 그 사실을 다 아는데도 너무 아름답고 완벽해 보이는 ‘어른’ 여성들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요즘 그런 여성의 대표 주자는 JTBC ‘미스티’ 속 고혜란(김남주)입니다. 

‘어른들의 멜로’를 표방하며 김남주의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미스티’는 저의 주변에 한정된 것인지는 몰라도 3040 시청자들 사이에서 요즘 인기 드라마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 중심엔 당연히 주연 여배우인 김남주가 있습니다.

“스토리는 모르겠고 김남주만 보인다”는 한 친구는 김남주를 ‘다이어트 자극제’로 삼았습니다.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데다 아이 둘을 둔 엄마인 김남주가 저렇게 완벽한 피부와 몸매를 가진 것을 보면 다이어트와 피부관리에 애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의지를 불태우는 겁니다. ‘노력하면 저 정도는 아니어도 예뻐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나요. 

또 다른 누군가는 “어렸을 때는 부부가 저렇게 산다면 ‘미쳤다’고 했을 텐데, 너무나 공감이 간다”며 씁쓸함을 표했습니다. 쇼윈도 부부까진 아니더라도 모든 게 무미건조해진 부부의 일상이 공감 포인트라는 것이죠.

그는 또 상큼하고 설레는 청춘 연애에 이제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는 자신이 애달프다며 “청춘 연애물을 보면 ‘그래 봤자 결혼하면 다 시시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진희 같은 남편’이라면 또 모르겠다”고 ‘환상의 여지’를 남겨두더군요. 

 

 

김남주의 미모는 물론 미스터리 속에 치정과 주인공의 과거가 뒤엉킨 스토리에 열광한다는 시청자도 있습니다. 그는 “이런 작품이 잘 되는 이유는 ‘어른들’만 이제 TV 드라마를 보기 때문”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현실이 팍팍한데다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하기에 바빠서 드라마를 안 보는 거 아니냐?”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게 사실인지까지는 확실히 판단을 못하겠지만, ‘미스티’의 경우에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도 좀 있고 인생 경험도 많아야 ‘저럴 수 있지’라고 공감할 만한 스토리니까요. 

드라마에 대한 반응을 통해 어느덧 3040 세대가 된 ‘어른들’의 꿈과 희망을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기도 하고, 설레는 청춘을 아무것도 모른다고 구박하고 싶어하면서도 또 나이에 맞는 이상형(‘미스티’의 지진희일까요?)을 갈구하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콘텐츠’를 이제 속속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신이 이제 인생 경험을 어느 정도 쌓았다는 점에서 조금은 뿌듯하기도 하고, 그래서 아직도 미숙하지만 ‘난 뭘 좀 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요즘 3040들인 듯합니다. 

한 아이 엄마는 “요즘 애 엄마들이 더 예쁜 것 같아”라는 말에 “예쁘니까 애 엄마가 됐지”라고 받아 쳤다고 합니다. 정확히 바로 그 사례인 ‘남주 언니’에게 오늘도 3040들은 열광할 예정입니다. 아마 지금의 10대가 30대, 20대가 40대가 돼도 이런 생각들은 변화가 없을 것 같으니, ‘어른 멜로’는 당분간 쭉 잘 되리라고 점쳐 봅니다. 

 

사진출처=JTBC , 글앤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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