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성화가 뮤지컬 '비틀쥬스'를 통해 자신과 딱 맞는 캐릭터를 만났다. 스스로도 "선택 안 할 수가 없었다. 읍소해서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과 애정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인생작'을 만난 느낌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정성화는 1994년 SBS 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드라마, 뮤지컬 가리지 않고 배우로서 확실히 입지를 굳혔다. 코믹한 작품들도 참여하긴 했지만 뮤지컬배우로서 기억되는 정성화는 '영웅' '레미제라블' '레베카' 처럼 다소 무게감있는 작품이 다수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비틀쥬스'가 그의 코미디언으로서의 재능과 뮤지컬배우로서의 재능을 결합한 최적의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만큼 정성화도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강했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유튜브 통해서 봤었는데 '재밌겠다, 대단하다' 싶었어요. 이렇게 투자가 많이 된 코미디를 우리나라에서 하면 어떨까 싶었죠. 근데 한국에서 한다고 해서 '내가 가서 읍소해서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개그맨 출신이기도 하고. 코미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영광이에요. 커리어에서 자랑거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틀쥬스'는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사 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와 벌이는 유쾌한 이야기를 다룬다. 정성화는 기괴하고 유쾌한 유령 비틀쥬스 역을 맡았다.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을 펼치는 만큼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때문에 개막을 앞두고 기술적인 문제로 두 차례나 연기되기도 했다. 간절히 무대에 오르길 바랐던 만큼 실망감도 불안감도 커지는 순간이었다.

"조마조마했죠. 연기가 발표되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싶었어요. 근데 우리가 텐션이 떨어지면 안된다 생각했죠.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런스루 형식으로 디테일하게 계속 진행을 했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첫 공연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비틀쥬스 역은 관객에게 말을 걸면서 무대와 객석을 잇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배우가 던지는 멘트들이 '비틀쥬스'의 가장 큰 웃음 포인트다. 공연을 보면 정성화, 유준상 두 배우의 개그 센스로 만드는 애드리브가 아닌가 싶지만 정성화는 모든 것이 준비된 각본이라고 밝혔다.

"비틀쥬스에 자율성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다 연출가와 합의된 대사예요. 대신 관객분들께 애드리브처럼 느껴지게 하는게 의도죠. 연습 과정에서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어요. 이를 종합해서 연출님, 제작진 분들과 같이 준비한거죠. 공연 중에는 애드리브를 거의 하지 않아요"

"또 '비틀쥬스'는 현대 무대 기술의 집약체에요. 오토메이션을 통해 움직이는데 다 컴퓨터로 조종된죠. 그러다보니까 모든 대사나 춤, 노래들이 약속된 대로, 지정된 장소에서 진행돼야해요. 배우의 모든 움직임도 무대 장치의 일환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앞으로 미래의 공연들이 이렇게 흘러갈 수 있겠구나 싶어서 배우로서도 도전적이기도 했어요"

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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