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한나라당 의원 출신 전여옥 작가가 정치권의 저열한 수준과 드러나지 않은 성폭행 가해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전 작가는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이제 여의도에도 시작됐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거 안 지사와 안 지사의 부인을 일적으로 접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차기 대선주자라는 ‘잔’이 차고 넘쳐 불안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란 자리는 원하지만 자신의 종지만한 그릇이 두렵고 무서웠을 것”이라고 안 지사를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존재를 거부할 수 없는 약자를 통해 강자인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안 지사가 권력을 이용해 정무비서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작가는 안 지사의 성폭력 폭로가 모 기업과 진영의 음모나 공작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도 반박했다. “여의도에는 수많은 안희정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슬프게도 절망스럽게도…”라고 적으며 안 지사 외에 또 다른 성폭력 가해자가 수없이 존재해왔음을 언급했다.
그는 “안희정은 저리가라 할 정도의, 그를 뛰어넘는 ‘프로페셔널’들이 있다”며 “그들은 아마도 과거를 떠올리며 머리를 쉴 틈 없이 돌리고 있을 것이다. ‘성폭행이 아니라 성매매였다’는 대사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치한량의 하룻밤 객기였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 여의도에서 시작됐다”고 의미심장한 예측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전 작가의 블로그 글 전문.
이것이 한국정치의 수준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슬프게도-
절망스럽게도 말입니다.
어제 늦은 저녁 “JTBC에 오늘은 안희정의 날이 뜬다”는
한 커뮤니티의 글을 보고 “설마? 성폭행을? 안희정이?” 했죠.
물론 저는 안희정을 잘 모릅니다.
방송에서 두 번 토론을 했습니다.
그리고 안희정씨의 부인과 전화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본인보다 부인이었습니다.
말을 매우 어렵게 하는 안희정씨와 달리
그 부인은 모든 이야기를 쉬운 말로 했습니다.
그녀는 소탈했고 겸손했고 그리고 자기 생각을
확실히 지니고 있었습니다.
‘도깨비’ 패러디에 대해 사전에 몰랐고 쑥쓰럽다고 했고
남편이 대선경쟁에 나서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했습니다.
결혼생활이라는 것은 현실인데
저는 그녀의 말 한마디가 제 심장에 콕콕 박히는 듯 했습니다.
글의 행간을 읽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하는 사이사이 그녀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힘든 결혼생활-하지만 ‘공동의 가치’를 지니고
한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동료라고 어림짐작했습니다.
그리고 ‘저 정도의 여자를 아내로 맞은 남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녀의 격은 그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어제 보도를 보면서
‘이 세상에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없구나’ 싶었습니다.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꼽히던 안희정은 정말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는 모든 것이 감당할 수 없었나 봅니다.
차기 대선주자-그에게는 그 잔이 차고 넘쳐 불안했을 겁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원하지만 자신의 종지만한 그릇이
못내 두렵고 무서웠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그리고 ‘충남의 엑소’의 용모와 ‘차기 대선주자’라는 위치를
거부할 수 없는 ‘약자’를 통해
‘강자인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이것은 ‘모 기업’의 음모이고
‘모 진영’의 공작이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개도 소도 웃을 입니다.
여의도에는 수많은 안희정이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슬프게도 절망스럽게도-
안희정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그를 뛰어넘는
‘프로페셔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마도 과거를 떠올리며 머리를 쉴 틈없이
돌리고 있을 것입니다.
‘성폭행이 아니라 성매매였다’는 대사도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진 찌질하고 더럽고 사악한 일들을
‘정치한량의 하룻밤 객기’라고
스스로에게 세뇌시키고 있을 겁니다.
이제 여의도에도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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