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재미가 없지는 않다. 그렇지만 꼭 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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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첫방송을 시작한 SBS ‘그 해 우리는’은 분명 평범해서 더 눈에 띄는 드라마다. 간만에 나온 무해한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도 흥미롭다. 5년의 연애 끝에 10년만에 강제로 다시 만나게 된 첫사랑이라는 설정은 클리셰를 살짝 비틀어낸 맛이 있다.

거기에 트렌디한 배우라는 이미지보다도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남녀 주인공 캐스팅도 인상적이다. 전교 1등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 평범한 직장인이 된 국연수 역의 김다미. 전교 꼴등에서 잘 나가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최웅을 맡은 최우식은 10년 전과 현재를 넘나들며 연애 서사를 쌓아나간다. 

영화 ‘기생충’으로 충무로 블루칩에 등극한 최우식에. 영화 ‘마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연이은 성공으로 영화·드라마 양면에서 기대주로 떠오른 김다미.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는 로맨틱 코미디와는 정반대를 그리고 있었으니 눈에 확 띌 수 밖에. 

여기까지 보자면 참으로 매력있는 드라마다. 자극이 넘쳐나는 요즘 안방극장에 첫사랑’을 새콤달콤하게 풀어내는 드라마를, 그것도 의외의 배우들이 신선하게 펼쳐나간다니. 일부 안일한 기획은 대본의 완성도, 연출의 묘는 없이 단순히 유명하며 외모가 뛰어난 남녀 배우 캐스팅으로 그 빈약함을 가리려 드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하면 ‘그 해 우리는’은 분명 참신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그럼에도 시청률은 참으로 솔직했다. 서사를 펼치기 보다는 두 사람의 현재와 관계를 조망하는 데에 치중한 1화는 3.2%, 2화는 2.6%에 그쳤다.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만 1화와 2화의 시청률 변화에서 시청층의 이탈이 보인다는게 아쉬운 점.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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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 조금 아깝다. 다르게 말하자면 소위 ‘한방’이 없다. 의외의 캐스팅을 뒤집어 말하자면 기대를 품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런만큼 1화에서의 재미로 고정층을 휘어잡고 서사를 쌓아나가야 함이지만 이 점에서 다소 미흡했다고 입을 모은다. 

김다미, 최우식 모두 예쁘고 잘생겼지만 연기로 주목받았지 스타성으로 떠오른 배우들이 아니다. 거기에 1화부터 자극적인 소재와 서사를 모조리 때려부어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도 아니며. 소위 콘크리트 시청층이라 불리는 40-50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장르는 더더욱 아니다.   

멜로, 로맨스 장르에서도 느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긴장을 부여하려 핑크빛 무드와는 전연 다른 살인, 강도 등 범죄를 양념으로 뿌리기도 하는 판국이건만. 청춘 드라마를 표방한 탓인지 ‘그 해 우리는’은 너무나도 순선하기만 하다. 

그 외에도 노란빛이 감도는 화면 탓에 눈이 피로하다는 평도 있었으며 몇 몇 배우들의 발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다. 하지만 맛이 없다면 그 다음 술을 뜨지 않는다는건 맹점이기도 하다. 분명 맛이 없는건 아니다만 ‘그 해 우리는’을 꼭 다시 찾아야 할 이유는 아직 요원하다. 부디 다음주에는 입맛을 확 당길 수 있는 양념이 가미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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