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은 없다지만 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이리도 지난하고 괴로운 시간이라니. 지난 2일 에이프릴 멤버 김채원이 전 멤버 이현주에 대한 고소 상황을 전했다.  

사진=김채원 유튜브 캡처
사진=김채원 유튜브 캡처

그는 "이OO(이현주 씨 친동생)과 친구 그리고 탈퇴한 연습생은 피의자와 매우 유관한 자임에도 신빙성을 인정해주었다"면서도 자신의 참고인 회사 관계자, 퇴사자, 현 멤버의 진술은 인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현주의 남동생과 친구가 진술을 번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 기관에서는 공연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장장 4년 간 빛을 보지 못했던 걸그룹 에이프릴이 간신히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가던 2020년. 전 멤버 이현주로부터 터져나온 왕따 논란은 올 초 그룹의 해체까지 야기했다. 그것도 모자라 한때 같은 곳에서 생활하며 같은 꿈을 꾸던 이들이 송사에 휘말리게 된다는건 제3자의 눈으로 봐도 서글픈 일이다. 

DSP미디어에서 야심차게 출범한 걸그룹 에이프릴은 핑클, 카라의 뒤를 잇는, 말 그대로 '적자'였다. 2015년 데뷔 당시 어리고 풋풋한 소녀의 이미지를 내세워 활발하게 활동한 이들은 무대로 보기에도 참으로 앳된 모습이었더랬다

사진=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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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슬프게도 에이프릴은 그 노력만큼의 보상을 거둬가진 못했다. 그야말로 '적자'였다. 데뷔곡 '꿈사탕', 'Muah', '팅커벨'에 이르기까지 1년간 내놓은 대부분의 곡들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는 데에 실패했으니. 1년의 실패. 이름을 알리지 못한 채 활동을 반복할 때마다 빚만 쌓여가는 상황. 뒤이은 1년의 공백기. 숨이 턱 턱 막힐 지경이지 않은가.

기실 이런 문제는 에이프릴만의 것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자체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형이니.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렸을 때의 영광은 멤버들에게 돌아간다지만 거기까지 가는 과정과 실패했을 때의 고통은 그들에게 '정산'이라는 형태로 고스란히 전가된다.

첫 곡으로 성공하지 못해서 두번째, 세번째 활동까지 한 후에도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면 막대한 투자 비용은 '미정산'이라는 내역으로 남게된다. 그리하여 여러 차례의 활동이 실패로 돌아간 그룹은 두 갈래로 나뉜다. 혹독한 시간을 견뎌내며 더욱 끈끈해지거나. 쓰라린 실패를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반목하여 어그러지거나.

사진=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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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멤버 간 분쟁이 크게 불거진 경우는 대체로 초기에 대중적인 히트를 기록하지 못한 그룹에서 발생해왔다. 특히나 아이돌은 서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완충지대 없이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숙소 생활을 하게 되는만큼 더더욱 문제는 커진다.

자, 그렇다면 문제 해결에 중요한건 무엇일까. 분쟁의 당사자들은 당사자이기도 하거니와 대체로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20대 전후의 나이이니만큼 차치하고. 그 다음은 중재자가 되어줄 어른들, 즉 매니지먼트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매니지먼트의 미숙은 뼈 아팠다. 당시는 물론 당장 왕따 논란 직후까지도 엇박자를 냈으니. 여론을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면 한 때의 반목으로 종결됐을 문제였건만. 그 결과는 이나은이 그룹 에이프릴마저 성공 궤도로 올려놓을 즈음 터져나온 리스크로 돌아왔다.

사진=DSP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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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매니지먼트에서 한 번씩 삐끗하는건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그 옛날 젝스키스 해체가 그랬고 2011년 카라 사태 때가 그랬다. 전자의 경우 DSP 창립자인 故 이호연 대표의 수완으로 해결했다손 치더라도 후자는 한류의 근간이 흔들릴만큼 여파가 컸다. 

2020년 이나은의 분투로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DSP미디어는 유일한 캐쉬카우였던 에이프릴의 몰락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1월 RBW는 90억에 DSP미디어 지분을 확보한 후 순차적으로 인수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가요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팬덤을 거느린 H.O.T와 호각으로 다퉜던 젝스키스, 여성 그룹의 가요대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한 핑클, 거기에 K-POP 한류의 효시였던 카라까지. 말 그대로 한 획을 그었던 DSP미디어의 결말은 속이 헛헛할만큼 심심하기 그지 없다.

헌데 에이프릴을 끝으로 명맥이 끊어지게 된건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매니지먼트 미숙, 리스크 관리의 부재 등 그 전까지 간신히 덮어왔던 문제점들이 표면으로 드러난 것일 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지막 4월을 맞이하지 못한 채 마무리를 짓게 된 것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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