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맨틱 에러’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지난 2월 공개한 왓챠 오리지널 ‘시맨틱 에러’는 공개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왓챠의 ‘좋좋소‘와 치열하게 경합을 펼친 ‘시맨틱 에러’는 4회 공개부터 완전히 대세로 자리잡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드라마의 인기는 주연을 맡은 두 배우로 하여금 유명 영화 잡지 커버나 유수의 매거진을 장식하는 등 스타로 자리매김하게끔 했다. 그간 웹드라마용으로나 소구된다는 편견이 있었던 BL물로 말이다.
장재영 역을 맡은 박서함은 출연 직전 연예계 은퇴를 고려했었다고 고백했던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큰 팬덤을 구축하게 됐다. 추상우 역을 맡은 박재찬은 그가 속한 그룹 DKZ의 앨범 판매량으로 그 인기를 증명했다. 전 앨범이 1000장 안팎으로 판매됐으나 ‘시맨틱 에러’로 이름을 알린 후 내놓은 앨범은 발매 당일에만 1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 첫날부터 전작의 10배를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듯 BL드라마가 인기의 중심으로 대두된 것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새빛남고 학생회‘가 예상치 못한 흥행을 기록했고 그 이전에는 ‘나의 별에게‘가 시즌2까지 이어가며 큰 인기를 끌었으니. BL드라마가 꾸준히 만들어지는 데에는 우선 일정 이상의 수요와 수익성, 그리고 이른바 ‘가성비‘를 들 수 있겠다.
신인 배우나 아이돌 등 출연자 허들이 낮기 때문에 연기 입문으로 촬영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인재풀이 결코 좁지 않다. 게다가 OTT의 활성화로 컨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창구가 다변화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웹소설과 웹툰을 IP로 삼을 수 있어 원작의 팬들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2030세대 여성들이 주소비층이니만큼 충분한 구매력을 갖고 있으며 이들은 컨텐츠의 퀄리티가 일정 이상이면 쉽게 지갑을 연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제작의 용이성 등은 만드는 측 입장일 뿐. 어째서 시청자들은 BL을 찾아보는 것일까. 여러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우선 남자 둘이서 연애한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그것이 로맨스와 BL을 가르는 원초적인 핵심이니 말이다.
BL은 이름, 즉 Boy's Love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두 남자의 로맨스를 그렸다. 거칠게 말하자면 그 외의 것들이야 보통의 로맨스와 전연 다를 것이 없다. 만나고 간질거리는 썸 기간을 거치고 연애를 하며 서로 갈등하는. 허나 단순히 남자가 둘이라서만은 아니다. 보통 로맨스의 핵심은 남자 주인공이다. 그러나 남자 주인공에 모든 매력을 때려넣을 수는 없다. 일정 이상의 핍진성을 담보하자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 탓에 일반적인 로맨스물은 메인과 서브로 남자주인공을 등장시키는게 관례. 하지만 결국 메인의 무게 중심을 앗아갈 수 없으니 서브는 언제까지나 서브일 뿐. 하지만 BL은 다르다. 그렇다. 그 매력적인 메인 남자주인공이 둘이다. 그것도 둘이 연애 감정을 가진 채로.
또 다른 장점이라면 일반 로맨스와는 달리 표현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최근 데이트 폭력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남성이 여성을 고압적으로 대하거나 언어, 신체적 폭력을 가하는 등의 장면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시청자가 많아졌다. 그런만큼 표현 방식과 정도에 대해 창작자들이 세심하게 고려해야 될 수 밖에 없다.
BL은 이런 방면에 대해 일정 이상 자유도를 보장한다. 인물별 차등은 있을지언정 동일한 남성이라는 성별 안에서 그려지는 관계이니만큼 절대적인 힘의 격차가 현저히 적으니 말이다. 독자들은 두 남자주인공의 다소 거친 언행이나 몸싸움 등을 불쾌하거나 꺼리기는커녕 도리어 영업 포인트나 매력으로 삼는 등 여타 로맨스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보통의 로맨스에서 여성이 폭력의 대상이 되었을 때 보이는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고도 볼 수 있겠다.
로맨스의 간질거림은 느낄 수 있고 주먹다짐을 불사하는 갈등의 절정을 맛볼 수 있으면서도 힘의 격차에서 비롯된 불편함이 제거됐다니. 이보다 더 완벽한 강 건너 로맨스 구경이 또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