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의 디렉터 교체 후 첫 행사 ‘2022 로아온 썸머’가 진행됐다. 이번 ‘로아온 썸머’는 금강선 디렉터의 사임 후 세 수석팀장이 이끄는 체제로 변화를 공표하며 시작됐다. 이 행사로 인해 이용자들과 게임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사진=로스트아크 유튜브 캡처
사진=로스트아크 유튜브 캡처

#디렉터 금강선, 갑작스런 사퇴

지난달 13일 로스트아크의 디렉터 금강선은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던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건강문제로 사임 소식을 전했다. 여느 게임의 디렉터와 달리 로스트아크 이용자들에게 금강선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2021년을 기점으로 공식석상에 여러 번 얼굴을 비춘 금강선 디렉터는 유저친화적 운영과 화려한 언변, 소신있는 방향성 설정으로 대호평을 얻었다. 침체기였던 로스트아크는 ‘빛강선’ 효과와 타 게임들의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인해 낙수효과까지 얻으며 순식간에 전성기로 올라섰다.

대부분 게임사와 적대적이거나 무미건조한 관계를 이어왔던 국내 게이머들에게 이는 굉장히 혁신적인 상황이었다. 금 전 디렉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호의는 곧 로스트아크 팀 전체로 번졌고, 운영사 스마일게이트에 이용자들의 선물이 도착하거나 지하철역에 응원 광고가 게재되며, 이용자들 일동으로 기부문화가 형성되는 등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운영이 흐름을 탄 와중 지난 5월은 로스트아크 시즌1의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엘가시아’의 업데이트가 대호평을 받고 게임 내 OST를 콘서트로 선보인다는 소식까지 발표되는 등 전성기의 정점을 찍은 시점이었다.

이러한 와중 들린 디렉터의 사임 소식은 로스트아크의 향후 행방에 대해 많은 논의를 낳았다. 금 디렉터를 걱정하는 목소리과 함께 ‘로스트아크를 이끌 디렉터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대두됐다.

사진=스마일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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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로아온 썸머, 3인 체제로의 전환

공식적으로 금 디렉터의 임기가 종료되는 로스트아크 콘서트 ‘Dear Friends’ 이후에도 스마일게이트RPG 측은 후임에 대한 소식을 전혀 전달해 주지 않았다. 우려 반 기대 반인 와중 다음 공식 행사인 ‘2022 로아온 썸머’에 올라온 것은 세 명의 수석팀장이었다.

‘로아온’과 새 디렉터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듯 유튜브와 트위치를 합쳐 무려 동시 시청자 수 27만명을 기록했다. 무대에 오른 김상복, 전재학, 이병탁 팀장은 “금강선 디렉터와 오래 호흡을 맞춰 왔다”며 게임의 운영 방향이 금 디렉터 체제와 다르지 않을 것을 성명했다.

시작된 발표는 주제에 대해 팀장들이 돌아가며 답변과 설명을 이어가는 구조로 진행됐다. 밸런스 패치, 신규 콘텐츠 및 업데이트 등 방대한 양의 정보가 쏟아졌고, 팀장들의 코멘트에는 금강선 디렉터가 반복적으로 언급돼 그가 사임 전 마무리를 잘 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답변도 나쁘지 않은 수준으로 이어져 유저들을 안심시키는 듯했다.

사진=스마일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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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론을박의 시작

그러나 발표 시간을 단순 ‘1부’라고 여겼던 다수의 유저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로아온 썸머’는 그대로 종료됐다. 여태까지의 ‘로아온’은 로드맵 발표 후 유저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시간을 항상 가져왔다. Q&A가 생략된 채 2시간 30분여 만에 끝난 ‘로아온 썸머’는 작년 ‘로아온 윈터’의 7시간에 달하는 진행시간은 물론 올봄 이뤄졌던 ‘로아온 mini’보다도 짧은 시간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행사 종료 후 인게임 채팅창과 커뮤니티는 관련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금강선 디렉터가 가장 중요시 여겼던 ‘소통’ 문제였기 때문에 유저들의 논쟁은 더욱 심각했다. 유저들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의견과 ‘소통을 포기한 것은 말도 안 된다’는 편으로 갈라져 싸우기 시작했다.

이 와중 29일 진행된 ‘로아온 썸머’ 이후 첫 업데이트에서 출시된 ‘엘가시아 애프터스토리’의 컷씬이 NPC들을 단순 복사해 붙여 넣은 식으로 연출되며 새 운영진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진=로스트아크 유튜브 캡처
사진=로스트아크 유튜브 캡처

#로스트아크, 갈림길에 서다

게임에 있어 디렉터의 교체는 기업 사장의 교체만큼 큰 일이다. 디렉터 변경 후 내리막길을 걸은 게임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로스트아크의 경우 전 디렉터와 유저들 간의 관계가 돈독했고 게임의 흥행과 평가도 준수했기에 더욱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 로스트아크의 현 상황은 ‘단추를 반만 꿴 상황’이다. 세 명의 팀장을 내세워 금강선 전 디렉터로부터 내려온 큰 기대치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동시에 ‘로아온 썸머’에서 데뷔시키며 운영진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 수석팀장의 역량과 준비가 미비함을 알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금 전 디렉터의 장기였던 유려한 말솜씨와 사람을 끌어당기는 흡입력은 분명 노력으로 만은 얻기 힘든 기술이다. 금강선 전 디렉터가 공식석상에 첫 등장하자마자 이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수석팀장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것이 그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진=스마일게이트
사진=스마일게이트

또한 논란의 불씨를 지폈던 Q&A 생략에 대해서도 일선에 나선 적이 없었던 운영진들의 데뷔무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할 법 하나, 이번 ‘로아온 썸머’가 애써 준비해 반년 간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자리였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다.

현재 로스트아크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비교대상인 직전 체제의 위상이 너무 높았기에 충분히 부담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 측에도 현재 로스트아크의 인기는 여러 게임 내부적 문제점을 안고서도 ‘유저 친화적’ 운영으로 얻어낸 것이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롭게 운영 일선에 선 세 수석팀장은 앞으로 개발역량을 입증함과 동시에 발표자와 소통가로서의 능력도 닦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세 팀장이 이와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바, 향후 행보가 중요해졌다.

한편 금강선 디렉터 체제에서 로스트아크는 유저들의 여론에 다소 ‘과도하게’ 반응한 부분도 있다고 평가받았다. 3인 체제에서 팀장들은 이미 오랜 기간 로스트아크 팀에서 업무를 수행해오며 능력을 증명한 인재들이다. 금강선 전 디렉터의 의지를 잇겠다고 말한 그들이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인 여론에 위축되지 않고 소통과 운영을 이어나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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