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인피니티 사가’를 마무리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멀티버스 사가’를 주제로 2막을 시작했다. 그러나 굳건할 줄 알았던 MCU의 아성이 흔들리는 중이다.

사진=마블
사진=마블

현재 MCU 21년 디즈니+에서 공개된 드라마 ‘완다비전’을 시작으로 페이즈4를 진행중이다. 그러나 공개되는 작품마다 ‘호불호’ 요소가 있다는 포장 아래에 ‘인피니티 사가’의 영화들보다 질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다.

스크린에서 MCU 페이즈4는 ‘블랙 위도우’가 평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럭저럭 괜찮은 시작을 하는 듯 보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희생한 블랙위도우를 기리며 후계자를 정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팬들이 우호적인 것도 있었다.

이후 공개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이터널스’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들의 등장을 다뤘다. 그러나 샹치는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기존의 히어로들만큼의 임팩트는 주지 못해 이후 인기는 높다기 말하기 힘들며 이터널스는 너무 많은 인원과 이로 인한 서사의 부족으로 영화 자체의 평가가 그리 좋지 못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필살기인 ‘3파이더맨’을 꺼내며 멀티버스를 본격적으로 끌어오고 서사적으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우려를 종식시키는 듯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문제는 이 때부터였다.

‘샹치’와 ‘이터널스’는 새 히어로들의 데뷔 무대로서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었던 착오였지만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와 ‘토르: 러브 앤 썬더’가 줄줄이 혹평을 받으며 팬들의 실망감이 늘어났다. 이 둘은 ‘인피니티 사가’부터 활약한 고참 히어로였고, 특히 토르는 ‘빅3’라 불리는 대인기 캐릭터 중 하나였기 때문에 MCU의 향후 행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같은 수작 반열에 오른 MCU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최근 개봉작들은 어딘가 모자라거나 툭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공포하고 기괴한 연출로 호불호가 갈렸고,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의 영웅적 면모는 무시한 채 유치한 개그에만 집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군다나 현 MCU 영화들은 연출적으로도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케일이 커지며 전투를 세밀히 묘사하기 힘들어진 것도 있겠지만 그렇게 따져도 설정된 캐릭터들의 강함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호평을 받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조차도 전투장면의 아쉬움을 피해가지는 못했고,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법으로 실뜨기를 하냐’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토르도 타노스의 레이저를 가르던 박력에 비하면 다소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디즈니+로 MCU 작품들을 연계하는 것도 현재에 들어서는 문제가 되고 있다. ‘인피니티 사가’는 영화 시리즈 내의 연계로 극장 개봉 작품들만 보면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멀티버스 사가’는 디즈니+에서만 제공되는 작품들을 보지 않으면 흐름을 파악하기 힘들다.

이 같은 문제점은 ‘닥터 스트레인지 2’에서 ‘완다비전’을 시청하지 않은 관객들이 “왜 완다가 빌런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여실히 드러났고, ‘토르 4’에 들어서는 오히려 MCU 내 연계가 없으니 서사가 진부하고 단조롭다는 평에 일조하며 이도 저도 안 되는 자충수로 작용했다.

한편 ‘호크아이’에서 원조 호크아이 ‘클린트 바튼’이 은퇴한 후 신예 ‘케이트 비숍’이 호크아이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도 모르는 이들이 많으며, ‘미즈 마블’이나 ‘문나이트’등은 아예 코어팬이 아니면 화제거리로 보기도 힘들 정도다.

디즈니+ 시리즈에서 기존의 팬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은 ‘팔콘과 윈터 솔져’정도다. 캡틴 아메리카가 은퇴한 이후 버키와 팔콘의 서사를 흑인 문제와 엮어 그나마 잘 이끌어 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본 작품은 현재 MCU 스케일에서는 힘을 쓰기 힘든 지구 측 히어로들의 이야기로, 화려한 전투나 시리즈와의 큰 접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진=마블
사진=마블

최근 마블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5편과 6편인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가 계획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이 ‘멀티버스 사가’의 메인 빌런인 ‘정복자 캉’은 영화가 아닌 디즈니+ 드라마 ‘로키’에서 최초로 등장했다. 디즈니+ 구독 강제로 인한 팬들의 이탈이 발생하는 가운데 메인빌런의 드라마 등장이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 지 의문이 든다.

거기에 MCU의 바로 다음 작품이자 최근 예고편을 공개한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주인공 ‘블랙팬서’ 역의 채드윅 보즈먼의 별세로 스토리를 대폭 수정해 더욱 걱정거리다. 영화 내에서도 블랙팬서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을 전제로 스토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해 영화가 위태로운 MCU의 구세주가 될지, 아니면 몰락의 증표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MCU는 '힙스터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좋은 평가를 함께 받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인피니티 사가'의 수작들은 모난 데 없는 구성과 적절한 연출로 각 히어로들에게 어울리는 영화를 만들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멀티버스 사가'는 시작부터 이를 버려 삐걱대고 있다. 공포스러운 닥터스트레인지나 지나치게 가벼운 토르에 어리디 어린 히어로들만 나오는 MCU보다는 초심을 찾는 것이 관객들의 마음에 더 와닿을 것이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