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상선언’이 지난 3일 개봉한 가운데 개봉 첫 날 33만 6744명(누적 관객수 35만 907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비상선언’의 평가는 개봉 후 호불호로 갈리는 상황이다. 비판 여론은 주로 후반부 시퀀스에 몰려 있다. 항공기 운행 쪽의 고증 문제와 후반부 전개의 속도와 작위적인 면 등이 영화의 평가를 저하시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비상착륙을 선포했음에도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에 연달아 착륙을 거부당하고 일본 측은 자위대 전투기를 동원해 발포까지 하는 장면은 극의 몰입감을 해친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극적인 요소를 위해 가미한 장면들이지만 여러모로 현실과의 괴리감이 상당하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비상선언이 호평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임시완이 연기한 류진석 역 때문이다. 임시완은 아이돌 출신임에도 ‘미생’, ‘타인은 지옥이다’, ‘트레이서’와 같은 드라마에 더불어 ‘변호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과 같은 영화까지 수많은 작품을 거쳐 연기력을 검증받았다.

군더더기 없는 연기력의 임시완은 깔끔한 설정의 ‘류진석’으로 극 초중반부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류진석은 ‘비상선언’의 메인 빌런으로, 비행기에 바이러스를 살포해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그는 한국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사연 있는 악당’이 아닌 그저 악의에 의해 움직이는 소시오패스다.

이를 조명하듯 영화 상에서는 류진석이 테러를 저지는 의도나 배경이 밝혀지지 않는다. 그의 인생사가 짧게 언급되지만 등장인물들의 추측일 뿐이다. 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류진석은 ‘비행기에 탄 사람들이 전부 죽었으면 좋겠다”는 광기어린 말을 내뱉고 다른 요구사항은 밝히지 않는다.

송강호가 "'범죄도시2'에 강해상이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류진석이 있다"고 말했듯 임시완은 차분함과 광기를 오가는 소시오패스들의 면모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이는 소시오패스들의 생활환경을 잘 그려냈다는 '비상선언'의 장점과 시너지를 발휘해 영화 속 재난이 더욱 불가항력적이고 공포스럽게 다가오게 만든다.

‘비상선언’은 이 류진석에 대해 일말의 동정이나 연민을 품는 장치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심지어 극 퇴장 이후에는 언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임시완의 준수한 연기력으로 말미암아 류준석을 계속 상기하게 된다.

국내 작품에도 소시오패스가 등장하는 경우는 꽤 있었지만 이런 경우는 캐릭터성 자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비상선언’은 소시오패스 류진석의 악행을 무미건조하게 그저 ‘범죄’로 규정하는 동시에 피해자들 위주의 극 진행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비슷한 연출의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이다.

사진=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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