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 드라마 ‘환혼’이 이번주 파트1 종영을 앞둔 가운데 반응이 뜨겁다. 지난 주 방영된 18회는 한주 휴방을 거친 이후임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9%를 돓파, 자체 최고를 갱신하며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방영 전 걱정과 달리 ‘환혼’이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혼’은 모든 방면에서 밸런스가 잘 잡힌 ‘육각형’ 같은 드라마다. 국내 판타지 드라마가 서사부터 연기, 연출까지 모든 것을 다 잡은 경우는 드물다. 작가 홍정은과 홍미란은 ‘쾌도 홍길동’과 ‘화유기’ 등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훌륭한 K-판타지의 모습을 정립했다.

‘환혼’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가상역사물이라는 점이다. 판타지 세계관을 짤 때 너무 욕심부려 무리하게 스케일을 키우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대호국 안에서도 왕실과 송림, 기타 세력을 중심으로 작지만 밀도 있는 서사를 구성했다. 덕분에 자잘한 설정오류 없이 원하는 바를 보여줄 수 있었다.

소재 또한 ‘수기’와 ‘환혼술’을 중심으로 직관적으로 구성해 보는 이들의 부담을 줄였고, 나머지를 캐릭터 간의 서사와 로맨스, 일상 코미디로 채워 극의 분위기를 완화했다. 극중 ‘사술’과 환혼인들의 모습이 다소 무겁게 표현되는 것을 보면 틈틈이 무게를 덜어내는 선택은 탁월했다.

이런 구성은 자칫 작품이 ‘이도 저도 아닌’ 것으로 남게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커버한 것이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다. 먼저 CG는 드라마신에서 보기 힘들었던 퀄리티를 자랑한다. 술법을 사용하는 액션 장면은 움직임이 많음에도 자연스러운 그래픽을 선보였고, 배경 및 소품도 양호한 작업 상태로 극에 몰입감을 더한다. 이는 짜임새 있는 액션 구성과 어우러져 호평을 이끌어냈다.

시대적 배경도 고증과 역사에 예민한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창작의 영역에서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가상의 국가 답게 복장과 건축 양식을 개성 있게 재창조했고, 특히 한글을 차용한 서체는 일품이다. 과감히 ‘퓨전’을 선택하며 등장인물들의 다소 현실적인 스타일이나 말투도 위화감이 없는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한편 배우진은 신구의 완벽한 조화를 자랑한다. 이재욱은 특유의 표정연기로 장난스러움과 진지함을 오가는 장욱의 모습을 보여주며 젊은 나이에 ‘연기 잘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미 검증된 정소민과의 사제 로맨스로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정소민도 이에 맞춰 하인 무덕이와 냉철한 낙수를 오가며 배우 교체 이슈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여기에 황민현과 아린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기존의 우려를 종식시키고 적지 않은 비중임에도 자신들의 캐릭터성을 잘 보여줬고, 신진 배우진 중에서도 유인수, 신승호, 홍서희는 선배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드러냈다. 특히 세자 고원 역의 신승호는 초반 악역 포스와 달리 진행될수록 장욱과의 앙숙 케미와 허당이면서도 귀여운 매력으로 ‘세자앓이’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또한 유준상, 오나라, 조재현, 박은혜 등 명품 배우진은 극중 주요 세력의 일원으로서 극의 무게를 잘 잡아주고 있기도 하다. 아직 어린 축에 속하는 주인공 멤버들과 다르게 원숙미를 보여주면서도 자신들만의 능청스럽고 매력 있는 모습으로 ‘환혼’의 든든한 기둥이 됐다.

‘환혼’의 스토리는 크게 세 줄기로, 장욱와 무덕이(낙수)의 서사, 얼음돌을 둘러싼 사술 세력의 음모, 그리고 무덕이 몸의 원래 주인인 진부연의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완전한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 ‘환혼’은 파트 1을 20부작, 파트 2를 10부작으로 나누는 이례적인 구성을 택했다. 파트2 방영이 연말로 예정된 가운데 단 2회 남은 파트 1이 현재까지의 호평을 지키며 마무리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