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가 소통 부재와 내수 차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문제들이 국내 게임업계의 주요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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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우마무스메’는 실존하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육성해 레이스를 펼치는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국내에 퍼블리싱 출시한 이 게임은 한국에서도 앱마켓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하며 순항중인 듯 보였다.

그러나 ‘우마무스메’의 운영상 문제점은 지난 29일부터 시작된 일명 ‘마차 시위’로 공론화됐다. ‘우마무스메’ 한국 서버는 게임 내 중요 이벤트를 3주 전 미리 공지한 일본과 달리 불과 사흘 전에 알리며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준비 시간을 주지 않았고, 레어 캐릭터를 확정 획득할 수 있는 티켓을 1년간 지급한 일본 서버와 달리 한달 여 밖에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았다.

이에 국내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 사옥 앞에 항의 문구를 적은 마차를 보내며 한국 서버가 일본 서버에 비해 공지와 소통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뒤늦게 카카오게임즈 측은 사과와 함께 보상을 준비했으나 이미 구글 플레이 평점은 1.4점대까지 추락했고, 31일에는 이용자들이 집단 환불소송을 준비중이라는 소식까지 나왔다.

그저 만들어진 게임을 즐기기만 하면 됐던 과거와 달리 게이머들에게 운영사와의 소통은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았다. ‘과금’과 이를 통한 게임 내 재화의 운용이 흔한 것이 되면서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신뢰가 보장되어야 게임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우마무스메’ 사태는 카카오게임즈가 이러한 소비자이자 이용자인 게이머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운영진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다른 게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스마일게이트RPG
사진=스마일게이트RPG

스마일게이트RPG의 MMORPG ‘로스트아크’는 지난 봄 전 총괄 디렉터였던 금강선이 사퇴한 이후 휘하 팀장들이 권한을 나눠가진 3인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침체기를 금 전 디렉터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헤쳐나오며 전성기를 이룩한 바, 그의 퇴임 당시 향후 운영 방식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리고 ‘3인체제’가 시작되자 이 우려는 어느정도 현실로 다가왔다. 자주 라이브방송으로 이용자들을 찾으며 시시콜콜한 이슈까지 함께 소통해 이른바 ‘민심 체크’에 신경을 쓰던 금강선 전 디렉터와 달리 스마일게이트RPG는 운영 방식을 다시 일방적 통보로 변경했고, 이는 금 전 디렉터 당시에도 완벽하지 않았던 운영과 맞물려 유저들의 불평불만을 야기했다.

특히 최근에는 MMORPG 이용자에게 민감한 사안인 밸런스패치를 단행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새 운영진의 능력에 대한 의심이 대폭 제기되기도 했다. 다행히 지난 24일 업데이트된 신규 레이드 ‘일리아칸’의 완성도가 호평을 받으며 다소 여론이 진정됐으나, 이 마저도 새로운 엔드콘텐츠의 등장을 앞두고는 직전까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곤란함을 겪는 이들이 있었다.

또한 ‘로스트아크’는 올해 초 북미와 유럽 글로벌 퍼블리싱 당시에도 국내에서는 많은 재화를 들여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해외에서는 헐값에 상점에서 판매하는 등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 적도 있으나 적절한 소통과 논란으로 일을 키우지 않은 전적이 있다.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게임을 즐기던 이용자들이 현재 상태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한편 요즘 들어 위기를 소통으로 이겨 나가고 있는 게임도 있다. 바로 넥슨의 장수 MMORPG ‘메이플스토리’다.

‘메이플스토리’는 노후화된 게임으로 인한 캐릭터의 강함, 소위 ‘스펙’의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21년 초 확률형 아이템들의 확률을 조작한 초유의 사건이 터지며 유례없는 침체기를 맞았다.

이후 ‘메이플스토리’는 운영진에 대한 질타는 물론 남아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까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이를 타파하고자 총괄디렉터 강원기는 남은 이용자들과의 적극적 소통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는 확률조작 사건 직후 이뤄진 간담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상태에서 여론의 뭇매를 견뎌냈고, 이후로도 대형 업데이트 당시마다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얼굴을 비추는 등 이전과 달리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허술하게 소통하는 척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올 여름 들어서 강 디렉터의 소통은 더욱 강화됐다. 주요 이슈가 없어도 라이브 방송을 켜 치킨 먹방을 진행하는가 하면 이용자들이 작성한 자신에 대한 글들을 탐방하기도 하는 등 이용자들과의 친밀감을 쌓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비판은 게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운영진의 모습과 더불어 조금씩 수그러들고, 게임 내외적인 이미지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법률적 사건까지 일어났던 게임이 디렉터의 적극적 활동에 1년만에 반등하려는 조짐을 보인다는 것은 국내 게이머들이 소통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게이머들은 자신이 하는 게임에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싶어한다. 벽을 보고 이야기를 할 때 이 감정들이 생길 수는 없다. 아직까지 게임계, 특히 이번 ‘우마무스메’를 위시한 모바일 시장에는 ‘운영사가 이용자를 개돼지로 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게임업계 전반도 이제 소통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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