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영화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플래시 포워드' 섹션의 초청작 '델타'의 감독 미켈레 반누치와 영화제 현지에서 만났다.

미켈레 반누치 감독은 이탈리아 국립영화실험센터를 졸업한 후 로마 교외 지역을 배경으로 한 '나에게 꿈이 있어요'(2016)로 장편에 데뷔했다. 이 영화로 이탈리아 영화상 ′다비드 디 도나텔로′에 신인감독상 후보로 올랐고,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 초청받았다. '델타'는 그의 두 번째 장편이자 로카르노영화제 피아자그란데 초청작이기도 하다.

사진=미켈레 반누치 감독
사진=미켈레 반누치 감독

Q.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소감은?

A. 어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만났는데, 마법 같다. ‘델타’는 피아자그란데에서도 8000명 앞에서 프리미어를 한 적이 있다. 부산이라는 세계의 다른 끝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만나는 것이 마법 같다.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관객과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야심 찬 영화제다. 내 첫 장편 영화를 신인 감독을 위한 ‘플래시 포워드’ 섹션에서 유럽 감독으로서 상영하게 돼 기쁘다.

Q. ‘플래시 포워드’는 독창성을 중시한 섹션이다. ‘델타’가 초청받게 된 독창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정확한 이유는 영화제에 물어보는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웃음). 다만 다른 작품들과의 공통점은 말할 수 있다. 영화를 통해 인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델타’에서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다룬다. 폭력에 맞서 ‘동물’이 되지 않고 견뎌내는지에 대한 영화다.

Q. ‘폭력에 대응해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델타’의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은 시작부터 호전적이고 거칠다. 영화에서 묘사되지 않은 그들의 삶은 어땠는가?

A. 거칠다는 것과 폭력적인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거칠게 행동하는 것은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중요한 것은 폭력에 굴복해 ‘동물’이 되는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오소도 처음에는 신사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나.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상황이 닥친다.

이 영화의 장르를 ‘웨스턴’으로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이탈리아인들의 영혼에 내재하는 어두운 면을 담고자 했다.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적이지만 자신의 공동체에 극한의 상황이 닥친다면 폭력성이 발현되는 것 같다.

사진='델타' 스틸컷
사진='델타' 스틸컷

Q. ‘엘리아’는 어떤 캐릭터인가? 그도 처음부터 악인은 아니었을텐데.

A. 엘리아는 강의 거친 본성 때문에 ‘동물’이 되어버린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신만의 땅을 가지지 못하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도주할 때 오소를 제외하고는 그를 찾지 못한다. 똑같이 강에서 지내온 오소는 엘리아를 생각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Q. 폭력을 반대하던 오소가 처음 선을 넘기 시작한 것은 엘리아가 아닌 자신의 여동생이다. 이 장면이 인상깊었는데. 의미를 담아 만든 장면인가?

A. 영화 상영 이후 ‘무겁고 감정적이다’, 또는 ‘감당하기 힘들다’라는 감상을 많이 들었다. 감독으로서 관객을 이렇게 힘들게 해도 될지 고민했으나, 관객들에게 폭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Q.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안나’다. 오소와 엘리아 사이에서 묘한 기류를 드러내기도 하고, 덥석 파국에 발을 디디기도 한다. 어떤 관점에서 캐릭터를 설계했나?

A. 안나도 관객의 관점을 생각한 캐릭터다. 델타의 두 주인공인 오소와 엘리아 사이를 관객이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넣은 인물이다.

버려진 강가에서 함께 살지만 그는 거친 지역사회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과거 있었던 엘리아와의 로맨스에도 만족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나는 엘리아를 다시 만나며 몽상가가 된다.

그의 눈에 연인으로서의 엘리아는 순수한 사람이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애쓰는 자신을 충족시켜줄 것만 같이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안나가 꿈꾸던 것 보다는 가혹했을 뿐이다.

②에서 계속됩니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