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한국 영상물 시장의 판도는 어딜 봐도 ‘법정 드라마’다. 대히트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후로 종영한 ‘소년심판’부터 ‘어게인 마이 라이프’, ‘왜 오수재인가’까지만 해도 보통 1년에 나오는 법 관련 작품 치고는 숫자가 꽤 됐다.

더 나아가 현재 ‘동시에’ 방영중인 법정 드라마는 더 많다. 남궁민의 호연이 펼쳐지고 있는 ‘천원짜리 변호사’를 필두로 ‘법대로 사랑하라’,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진검승부’,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까지 어느 채널과 OTT를 틀어도 법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먼저 보인다.

분위기와 소재는 각각 다르지만 슬슬 시청자들은 ‘또’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OTT를 통해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SF장르에 도전해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있다. 바로 ‘글리치’와 ‘욘더’다.

SF장르는 국내에서 비주류에 속한다. 해외 대작들이 많기도 하지만 국내에서는 높은 제작비와 까다로운 구성 때문에 꺼려지는 듯 보인다. 최근 한국 우주 SF영화를 개척했다는 평을 듣는 ‘승리호‘와 뒤늦게 재평가된 ‘지구를 지켜라!’ 외 다른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면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 와중 큰 실패를 겪었던 ‘7광구’나 ‘리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등을 생각해 본다면 한국에서 왜 SF가 뜨지 못하는지 이해가 갈 법도 하다.

넷플릭스의 ‘글리치’와 티빙의 ‘욘더’는 ‘승리호’처럼 아예 SF하면 떠오르는 우주를 배경으로 과감한 시도를 한 작품은 아니다. 대신 ‘지구를 지켜라!’와 같이 다른 장르를 혼합해 탄생시킨 작품들이다. 오히려 이 덕분에 SF에 대한 거부감이나 걱정 없이 볼 수 있기도 하다.

‘글리치’는 SF에 미스터리와 종교를 섞었다. 대놓고 외계인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사건을 추적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외계인이 진짜가 맞나’ 궁금하게 한다. 여기에 메인 빌런 집단이 사이비 종교 집단이기 때문에 특유의 기괴한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현 인터넷 세대라면 공감할 만한 코믹 요소와 캐릭터들의 복잡한 내면을 적절히 조화해 지나치게 무겁지 않다.

‘욘더’는 SF에 로맨스와 철학을 섞었다. 사실 ‘사후세계’는 SF와도 곧잘 엮여오던 소재다. 이번에는 발전한 VR(가상현실) 기술로 디지털 사후세계를 만들었다. ‘욘더’의 원작소설 ‘굿바이, 욘더’는 2011년도 작품으로,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작품으로, 드라마는 좀 더 세련된 영상미로 원작의 내용을 묘사한다. 3화까지 공개된 현재는 원작 특유의 애절한 분위기를 잘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OTT의 지원과 자유로움 덕에 국내에서도 비주류였던 장르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것도 작품성과 퀄리티를 더해서. ‘승리호’가 물꼬를 텄으니 ‘글리치’와 ‘욘더’를 앞세워 한국 SF장르가 좀더 다채로워질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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