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어릴때 데뷔한 배우들은 긴 활동기간 때문에 자기 나이보다 조금 들어보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류덕환은 여전히 20대의 이미지가 강했다. 젊고 감각적인 소재의 작품들을 많이 해왔기 때문일까. 정년없는 배우 입장에서야 좋을 것 같았지만 류덕환은 “제 나이로 보이는 게 좋은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제 나이대로 보이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딱 32살처럼 보이고 싶어요. 누군가는 동안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나이가 보인다는 분들도 있어요. 그것들은 제가 선택하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저는 그저 선택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류덕환 하면 역시 빠질 수 없는 게 ‘신의 퀴즈’였다. 수다스럽다는 면에서 정보왕과 ‘신의 퀴즈’ 한진우가 겹쳐보일까 걱정도 있었을 터.

“정보왕이랑 한진우가 겹쳐보일까봐 걱정을 했어요. 두 캐릭터 공통점은 ‘너스레’거든요. 근데 방법이 달라요. 한진우가 개인적이라면 정보왕은 굉장히 이타적인 인물이에요. 정보왕은 상대의 감정을 맞춰주기 위해서 너스레를 떨 거든요. 한진우가 ‘내가 맞아’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말을 한다면, 정보왕은 ‘우리 싸우지 말자’라고 화해시키는 애죠”
 

‘미스 함무라비’는 류덕환에게 모처럼 러브라인에 도전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신의 퀴즈’. ‘신의’에도 러브라인은 있었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주인공인 박차오름(고아라 분)과 임바른(김명수 분) 보다 정보왕과 이도연(이엘리야 분)의 애정관계가 더 부각됐다.

“이엘리야씨 같은 파트너를 만나기 어려워요. 정말 매력있는 친구에요. 어쩌면 저랑 성향이 반대일 수도 있는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 대화가 항상 즐거웠어요. 그 친구와 작품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는 게 항상 플러스가 됐던 거 같아요”

류덕환의 애드리브 때문에 이엘리야가 촬영하기 어려웠다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화기애애한 촬영 분위기였다. 그는 “이엘리야씨가 제 애드리브를 좋아해줘서 다행이죠. 상대방이 싫어하면 안할 수 있는데 은연 중에 잘 맞아서 장면들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욕심으로 아쉬운 점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정보왕의 전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이를 풀어낼 정도로 극이 길지는 않았다. 여기에 매회 다른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다 보니 자연스레 담기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죠.

“판사로 캐스팅이 됐는데 재판도 없고 조정만 시켰어요. 판사복도 맞춰놓고 한번 밖에 안 입었어요(웃음). 하지만 작가님 입장에서도 다뤘으면 하는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많음에도 축소해서 드라마로 나온 건데, 정보왕은 전사까지 다 보여준다면 지루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분량을 떠나 작품 전체를 생각할 정도로 ‘미스 함무라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류덕환. 그에게 작품에 대한 자랑 을 부탁했다.

“우리가 표현하려고 했던 건 촌스러운 진리잖아요. 하지만 결국에는 그것들이 촌스럽지 않았다는 거? 그래서 좋아한 거 같아요. 패션이 돌고 돌듯이 언젠가는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요. 큰 사건을 배경으로 하거나 영웅들이 나오는 서사가 볼거리를 많이 주기도 하고 또 이런 작품들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우리 안의 감성들과 좋은 시기가 만나 잘 봐주시지 않았나 해요”
 

류덕환은 ‘미스 함무라비’ 종영과 함께 ‘신의 퀴즈’ 새로운 시즌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출연 여부를 묻는 말에 류덕환은 “예전부터 박재범 형(작가)이랑 연락을 많이 했지만 ‘신의 퀴즈’ 이야기를 한 건 전역 6개월 전부터였어요. 제작자 분들이 감사하게 권유를 해주셨고 그 부분에 대해 저도 굉장히 긍정적인 반응이에요.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신다면 저도 언제든지 참여할 의지가 있어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아직 대본도 못봤고 계약이 진행된 건 아니에요”라고 설명했다.

류덕환을 다음 작품으로 만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그의 말대로 아직 확정된 건 없다. 그러나 2년의 공백이 있었던만큼 다시금 좋은 작품으로 그가 청사진을 그려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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