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이하 ‘물의 길’)이 오늘(4일)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작 ‘아바타’ 보다도 4일이나 빠른 속도다. 블록버스터급 경쟁작이 없는 가운데 흥행세는 순풍을 타고 있고, 천만 영화 달성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물의 길’의 이번 성취는 개봉 전의 기대를 고려하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공개된 결과물을 두고 보면 놀라울 수도 있다. ‘명작’ 반열에 드는 모든 면이 완벽한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높게 평가하는 영화들은 서사, 연출, 영상미, 메시지 등 모든 면을 고루 잡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물의 길’ 흥행의 원동력은 ‘영상미’ 하나다. 게임 캐릭터로 따지면 한 가지 능력치만 툭 튀어나온 꼴이다. 다만 이 한 가지가 너무나도 뛰어나 ‘사기 캐릭터’ 소리를 듣는 모양새다.

실제로 ‘물의 길’의 총평은 그렇게 압도적이지는 않다. 전작 ‘아바타’가 보여준 혁신과 위압감은 보여주지 못하며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소리는 듣지 못하게 됐다. ‘물의 길’에서 서사는 사실 없는 수준이다. 스토리의 스케일은 다운그레이드 됐고, 캐릭터들은 ‘로아크’와 ‘스파이더’를 필두로 답답함을 가미한다.

대신 ‘물의 길’은 완벽한 영상미로 ‘판도라’의 자연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현재 CG 기술력이 상향평준화 되며 관객들에게 ‘혁신’을 느끼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군다나 전편 ‘아바타’의 속편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은 높아져만 갔다. ‘물의 길’의 의의는 이 기대치를 만족시킨 영상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다.

5편까지 기획된 ‘아바타’ 시리즈에서 ‘물의 길’은 추후 시리즈를 향한 징검다리처럼 보인다. 서사를 희생한 대신 ‘앞으로 이런 것들을 계속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만큼의 자본과 기술력을 가지지 못한 한국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상대적 혁신’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아바타’ 시리즈는 ‘물의 길’로 숙제도 안게 됐다. 단순 영상미 만으로 이후 이어질 시리즈가 통할 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볼거리’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느낄 거리’를 충족시키지 않는다면 이는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3편부터는 꼬여버린 캐릭터성을 풀어가야 하고, ‘물의 길’에서 금이 간 개연성도 보충해야 한다. 스토리가 진행되며 필연적으로 커질 액션과 스토리의 스케일도 감당해 내야한다. ‘아바타’ 시리즈가 상상의 다큐멘터리가 아닌 하나의 연대기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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