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모든 것’은 인도 뉴델리 근처에서 다친 솔개를 돌보며 살아가는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올해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지명된 작품이다.

영화는 점점 더 황폐해져 가는 인도의 자연환경과, 이것이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솔개를 대변해 보여준다. 인간이 자초한 문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든 이를 수습해보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조명한다.

주인공들은 솔개를 구조하고 치료하는 것이 단순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작중에서는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으면서도 동물이기에 언뜻 무심해 보이는 솔개와 달리 오히려 발버둥치는 인간 시점에서의 감정선을 더 보여준다.

다만 ‘숨쉬는 모든 것’이 제시하는 선은 아주 중립적이다. 주인공들의 감정도 상대적으로 드러날 뿐 그다지 격정적이지 않고, 작중 시궁창에서 살아가는 쥐, 두꺼비, 벌레, 멧돼지 등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생물들도 ‘피해자’라는 관념 아래에 그다지 기분 나쁜 느낌을 주지 않게 화면에 담긴다.

작품 속 등장하는 ‘숨쉬는 모든 것’들은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다. 대사에서 암시하듯 변화한 세상을 이제 터전 삼아 적응하며 살아간다. 카메라는 묵묵하게 이들을 담아낼 뿐이다.

그러나 ‘현상 유지’보다 더한 미래의 참극을 상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기후와 환경 문제가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지금, 영화의 담담함이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 우리가 벌써 파괴되는 세상에 무뎌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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