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전도현, 설경구 주연의 영화 ‘길복순’이 공개된 가운데, 호불호와 논란 속 화제가 되고 있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길복순이 킬러와 어머니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담아냈다.

소개만 들으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B급 정서를 담은 작품 같지만, ‘길복순’의 구성은 한국 영화 중에서는 나름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다. 굳이 참신성을 따지자면 해외 작품들에서 볼 수 있던 요소들을 버무려낸 느낌이다.

킬러들이 회사를 세우고, 규칙이 있는 조직 사회를 이룬다는 설정은 ‘존 윅’ 시리즈를, 슬로우 모션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을 적극 활용한 액션 장면은 ‘킹스맨’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복순이 전투에 앞서 여러 수를 시뮬레이션 하는 모습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연의 영화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길복순’에서 평가를 깎아 먹는 요소는 주로 유치한 대사나 효과음, 연출의 난잡함이 꼽히는데, 분명히 두드러지는 단점이기는 하다. 장면 장면의 템포나 장르가 다소 다르다고 느껴질 수 있다. 조금 더 다듬어서 영화 내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하나 하나 따로 본다면 생각보다 꽤 완성도가 느껴지기도 한다. 연결고리의 부실함을 빼고 본다면 수려한 미장센과 단일 액션씬의 결합은 훌륭하다. 특히 술집, 폐허, 고풍스러운 회사 건물, 복순의 집 등 장소 각각에 대한 배경 묘사와 소품 활용은 아주 뛰어나다.

또한 한국 영화의 고질적 문제인 ‘신파’가 빠진 부분도 칭찬할 만 하다. 외국 스타일의 연출을 들어오며 신파가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어머니’ 길복순 파트에서 우려했던 눈물을 짜내는 연출은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시니컬한 딸과의 만담이 오히려 영화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웃음 포인트가 됐다.

잔혹한 ‘킬러’ 길복순의 액션과 대조되어 카타르시스를 확대시키는 역할도 한다. 다만 딸 쪽에 너무 많은 짐을 지게 만든 느낌도 있다. 주인공의 행적에 영향을 주기 위해 온갖 수난과 역경을 다 감내하지만 그 해소는 속이 시원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길복순’은 걸작은 아니지만 고전하고 있는 국내 영화계에서 본다면 충분히 참신하고 볼 만한 작품이다. 도전을 많이 했기에 그 중 실패한 부분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부분도 많다. 특히 국내 작품에서 해외 영화 같은 액션을 찾는 팬들에게는 괜찮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

한편 영화 외적으로 정치적 논쟁이 이어지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도 하다. 전라도 비하, 위인을 ‘살인자’로 표현하는 듯한 장면 때문이다. 감독인 변성한이 이와 관련한 전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 더욱 화두에 오르고 있다.

물론 연출적 요소로 보고 넘어가야 한다는 옹호나, 설정에 설명이 부족했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영화가 작품만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감독의 적극적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넷플릭스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