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존 윅 4’와 비교되며 더욱 아쉬움을 모으고 있다.

‘존 윅’ 시리즈는 업계 최고의 킬러인 존 윅(키아누 리브스)가 피치 못할 사연으로 복귀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들이다. 시리즈의 4편 째인 ‘존 윅 4’가 지난 12일 개봉해 10년간 이어진 시리즈의 서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한편 ‘길복순’은 역시 업계 최고의 킬러인 길복순(전도연)이 주부와 킬러를 오가며 겪는 일들을 그린다. 현대 건파이팅 액션의 대명사인 ‘존 윅’ 시리즈와 비슷한 설정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길복순’은 주인공이 킬러 집단의 에이스라는 점, 킬러 세계에 어겨서는 안 될 규율이 있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그 규율을 어겨 업계 전체와 반목한다는 점 등에서 ‘존 윅’과 상당이 유사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개 직후 ‘존 윅 4’가 개봉함에 따라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관객들의 반응은 ‘길복순’ 측에 아주 쓰리게 다가왔다.

‘길복순’은 공개 직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영화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시도를 했고, 미장센과 연출에서 괜찮은 평을 받으며 장점도 확실히 드러났지만, 스토리에 지나치게 많은 메시지를 담은 동시에 이를 질 낮고 선민의식마저 느껴지는 대사로 보여주며 단점도 부각시켰다.

두 작품을 이어서 보고 난 다면 ‘길복순’ 쪽의 단점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 단점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선택과 집중’의 실패다. 세계관을 굳이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학교폭력, 성소수자, 정치, 가족 등 현대 국내 사회의 문제를 종합선물세트로 비판하려고 해 러닝타임을 낭비했다.

반면 ‘존 윅’ 시리즈는 그 시간에 액션 영화의 본질인 액션을 더 보여줬다. 과감하게 깊은 스토리를 배제하고 관객이 원하는 쾌락에 집중한 것이다. 애초부터 존 윅이 다시 킬러 세계에 복귀한 이유가 자신의 강아지가 죽었기 때문임을 생각해 본다면, 관객들이 ‘존 윅’ 시리즈에 바란 것이 얼마나 단순하고 정확한 것인지는 자명하다.

‘길복순’에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존 윅’은 장장 4편짜리 시리즈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2편인‘존 윅: 리로드’에서는 액션은 좋지만 보는 맛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수용해 음악과 미술, 조명 등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이것이 통해 호평을 받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편에서 제시됐던 ‘규율’의 존재가 3편 ‘존 윅: 파라벨룸’에서 최고 의회의 등장 등으로 확장되며 다소 혼잡해지며 호불호가 형성됐고, 제작진은 3편의 존재 자체를 발판 삼아 이번 ‘존 윅 4’에서 모든 것을 해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존 윅’ 시리즈도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았는데, 단편인 ‘길복순’을 이에 비교하는 것은 다소 가혹하기도 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스토리텔링 방식과 액션의 퀄리티에 있어 높은 수준 차이가 나는 것은 확실하다. ‘시리즈로 기획했으면 더 잘 할 수 있었다’라고 하기에는 투박한 액션만 보여줬던 ‘존 윅’ 1편도 뛰어넘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국산 액션 영화의 기대작이었던 ‘길복순’에 대한 아쉬움이 깊어지는 가운데, 향후 한국 영화계가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넷플릭스,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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