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대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서울 공연이 지난 7월 21일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했다. 한국어 공연은 2009년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연일 전석 매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의 공연장 인근 호텔 라운지 카페에서 라울 역 송원근을 만났다. 

뮤지컬에 조애가 깊지 않더라도 '팬텀 오브 디 오페라(Phantom Of The Opera)'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All I Ask Of You)', '싱크 오브 미(Think Of Me)와 같은 넘버들은 귀에 익숙할 정도로 대중적으로, 세계적으로 검증받은 작품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한국어 공연 캐스팅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19세기 파리 오페라극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지독한 러브스토리에서 정의롭고 용감한 청년 자작 라울은 어렸을 적 첫사랑인 크리스틴과 우연히 다시 만난 뒤 그녀를 지키기 위해 유령과 대척점을 이루는 캐릭터다.

'금수저 청년'의 부드럽고 젠틀하기만 한 결이 아닌 강인한 면모가 필요하다는 것이 라이너 프리드 연출의 캐스팅 원칙이었다. 그는 팬데믹으로 인해 영상 오디션을 본 송원근으로부터 이런 느낌을 얻었고, 캐스팅 이후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뮤지컬 '궁'(2010년) 이신 역으로 데뷔한 이후 현대극과 시대극, 중소극장과 대극장을 오가며 주연으로 활약해온 송원근은 훈훈한 외모와 184cm의 훤칠한 체격조건, 중후함이 깃든 미성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단단한 팬덤을 형성해 왔다. 라울과의 페어링은 '최상급'이었던 셈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무대에서 본 적이 없었다. 뮤지컬배우를 하는 동안 한국어 공연이 부재했고, 더욱이 코로나 여파로 인해 OTT 플랫폼을 통해 영화로 '오페라의 유령'을 처음 접했다.

서울에 앞서 부산 공연을 위해 3개월 보름이 넘는 동안 합숙 생활을 했다. 출연진 대부분이 처음으로 공연하는 사이라 긴장과 어색함에 위축이 되기도 했다. 더욱이 뮤지컬 '레드북'에 출연 중이던 터라 서울-부산을 오가느라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됐다.

"작품이 워낙 화려하고 무대장치가 많아서 위험 요소도 적잖았죠. 하지만 13년만의 한국어 공연인 대작에 캐스팅된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지금 아니면 다시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감도 컸고요. 만일 13년 뒤에나 제작된다면 너무 늙은 라울일 테니(웃음)."

가스통 르루의 원작 소설과 달리 뮤지컬에서 라울의 전사는 별반 드러나지 않는다. 송원근은 "태어났을 때부터 부와 권위 있는 삶을 살았던 귀족 청년이 크리스틴과 재회 후 인생도 바뀐 듯해요. 크리스틴의 행복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들이 많았어요. 라울 캐릭터의 정서적 표현은 다소는 아쉽지만 행동으로 풀어야 하니까 그게 힘들었고 동시에 숙제였죠"라고 털어놨다. 

크리스틴 역으로는 해외에서 주로 활동해온 소프라노 손지수와 뮤지컬배우 송은혜가 캐스팅돼 합을 맞추고 있다. 

"외적으로 키 차이도 있고 각자만의 크리스틴 성향이 묻어나는 듯해요. 지수씨는 체구는 아담하지만 강단이 있어요. 실제 성격도 쿨하면서 털털하고요. 은혜씨는 조금 더 여성적이고 가녀린 느낌이고요. 극중 유령보다 크리스틴과 주로 호흡을 맞추다보니 개성 다른 두 여배우들 덕분에 늘 새롭고 신선한 느낌이에요."

주옥과 같은 넘버들이 포진해 있지만 가장 애정하는 곡은 역시 오페라극장 지붕 위에서 부르던 크리스틴과의 듀엣송 '올 아이 애스크 오브 유'다. "굉장히 아름답고 이렇게 갑자기 아름다울 수 있나"란 생각이 엄습할 정도였단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막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내리는 신을 꼽았다. "처음에 영상으로 봤을 땐 많이 못 느꼈는데 리허설을 위해 실제 무대에 서니까 아찔할 정도로 높더라고요. 실제는 2~3m 정도 되는데 체감상으론 4m 이상으로 여겨지더라고요. 라울 역 캐스트인 후배 황건하(JTBC '팬텀싱어3')랑 '조심하자'고 얘기를 나눴을 정도예요."

극중 유령과 함께하는 장면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번에 유령 역으로 조승우-전동석-김주택-최재림이 출연 중이다. "성악가 김주택씨는 뮤지컬이 처음인 티가 전혀 나지 않았어요. 첫 노래를 하는데 무슨 대포 쏘는 줄 알았어요. 승우 형은 역시나 후배로서 배울 게 많았죠. 작은 거 하나도 놓치지 않는 모습에 공부가 많이 됐어요. 오늘은 어떤 걸 배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임하게 돼요."

사진=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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