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되면서 화제작으로 오른 한국영화, '거미집'. 위기의 한국영화계를 다시 한번 열정으로 불태울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김지운 감독은 VIP 시사회를 진행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사진=바른손이앤에이

-개봉을 앞두고 주변 반응은 어떤가.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VIP 시사회가 끝나고 뒤풀이가 있었다.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이 옛날 한국영화 좋아했을 때 같은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 영화인들이라면 다양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흥행 조짐도 느꼈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옛날 한국영화 흥행하던 시절이 떠올라서 좋았다는 평이 많았다.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부르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보았다고 하더라."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평이 갈리고 있다.

"김감독의 결정적인 대사들이 그랬을 것이다. 실제로 감독으로써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담았다. 성장하고, 실패하는 감독의 삶 자체를 고스란히 담아보려고 했다."

사진=스튜디오 룰루랄라/바른손 E&A
사진=스튜디오 룰루랄라/바른손이앤에이

-영화 속 김감독처럼 '모두가 나를 방해하는 것 같다' 라고 느낀 적이 있는가.

"당연히 있다. 대부분의 영화 제작자라면 한번쯤은 느껴보지 않았겠는가. 촬영장에 있으면 어떤 날은 천재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하루는 쓰레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일상에서는 감정적인 변화가 크지 않은 편인데, 현장에만 있으면 그렇다. 김감독처럼 '와 내가 이걸 해냈네' 라는 마음이 생겼다가도, '왜 이게 안되지? 왜 다들 도와주지 않지?'라고 고민하기도 한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겠다.

"맞다. 작은 일이 꼭 큰 비극처럼 찾아온다. 생각해보면 영화 한 편이 뭐라고 싶기도 한다.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운데, 또 행복해질 때가 있다."

-영화 '거미집'도 고통과 환희를 반복한 작품인가.

"신기하게도 '거미집'은 대체적으로 천국 그 자체였다. (웃음) 편하게 찍은 작품이다. 내 이야기를 해서 그럴 수 있다. 배우들이 정말 알아서 잘 해줬다. 특히 송강호 씨가 중심을 잡고 이끌어줘서 감독으로써 너무 편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이번 작품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1970년대의 영화계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김지운 감독이 생각하는 과거의 영화계와 지금의 영화계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영화계가 많이 바뀌었다.

"한달에 영화 관련 잡지만 6~7개씩 쏟아지던 호시절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르네상스 시대다. 1년 동안 내 이름이 안올라간 적이 없을 정도로 화려했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현장도 과거 영화 시스템에서 많이 달라졌나.

"그렇다. 미국에서 촬영할 때 많이 느껴졌다. 미국에서 감독들이 찍을 수 있는 시간이 하루 최대 14시간 정도다. 이걸 준수하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12시간이다. 복지와 근로조건이 달라졌다. 영화계의 질을 높이려면 과도하게 시간을 쓰는 것보다 적정한 시간을 준수하면서 찍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계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연일 쏟아진다. 이 타이밍에 흥행하기 어려운 소재로 영화를 찍은 이유가 무엇인가.

"팬데믹 이후로 많이 느꼈다. 영화를 항상 만들고 난 다음에 나는 영화를 사랑했고, 한 평생 영화만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나의 큰 원동력, 목표, 이유, 꿈이였다. 그런데 팬데믹 처럼 많은 것이 막혀있던 시점이 오니 잃는 것들이 늘었다. 자기 환멸, 매체에 대한 환멸도 있었다. 그래서 이를 깨고 내 일에 긍지도 느끼고 열정을 부태우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주는 선물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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