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로 불리는 뮤지컬 음악감독 이성준(42)이 올가을 풍성한 수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시 돌아온 ‘벤허’의 오케스트라 피트를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10월 17~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릴 ‘브랜든리 뮤지컬 심포니 OST 콘서트’(이하 ‘브랜든리 콘서트’)로 관객을 만난다.

특히 이 무대에서는 자신의 대표작인 '프랑켄슈타인'과 국내 최정상 작곡가들의 창작뮤지컬 대표 작품의 하이라이트 넘버를 엮어서 구성한 'K-뮤지컬 베스트 컬렉션'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60인조 씨어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관객에게 환상적인 시간을 선물할 이번 공연에는 '디바' 옥주현과 '믿보배' 박민성, 뮤지컬 배우 이지혜·정택운·문태유, ‘팬텀싱어4’ 우승팀 리베란테의 리더 김지훈 등이 출연한다.

'브랜든리 뮤지컬 심포니 OST 콘서트'/사진=마틴 엔터테인먼트
'브랜든리 뮤지컬 심포니 OST 콘서트'/사진=마틴 엔터테인먼트

‘벤허’가 열리고 있는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난 이성준 감독은 “이번에 ‘K-뮤지컬 베스트 컬렉션’을 마련한 이유는 뮤지컬을 관람한 관객들에겐 향수와 예전의 감동을, 못 본 관객에겐 공연장으로 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자는 차원”이라고 소개했다.

갈라쇼나 인기 뮤지컬배우 콘서트 정도만이 존재하던 현실에서 지난해부터 시도하고 있는 ‘브랜든리 콘서트’는 그간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콘셉추얼한 뮤지컬넘버 뷔페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형적인 원소스 멀티유즈인 디즈니 콘서트를 좋아했다. 디즈니 영화음악도 훌륭하지만 실연으로 들었을 때 또 다른 감동을 얻게 된다. 이런 형식의 뮤지컬 음악 콘서트를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에 시작하게 됐다. 특히 호스트(제3의 배우)를 정해서 작품과 작곡가를 바라보는 시선을 풀어낸다면 더 특별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성준 감독은 클래식 연주자로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서울예고 시절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한데 이어 서울대 음대 기악과에서 클래식 기타를 전공했다. 예고와 대학 동기가 뮤지컬배우 카이다. 2001년 제35회 스페인 타레가 국제기타콩쿠르 파이널리스트, 2003년 1집 ‘기타 앤 프렌즈’ 발매 등 이력이 화려하다.

“클래식 기타를 공부하면서도 정명훈 지휘자의 곡 해석을 좋아했다. 정 선생님은 남달랐다. 템포가 심하게 빠르거나 포르테로 가는 걸 작게 하는 식으로 독특하게 해석해 지루함을 해소해 줬다. 그 해석이 너무 궁금했다. 그러면서 지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고교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대학 때는 지휘수업도 들으며 경험을 쌓아갔다."

클래식 기타뿐만 아니라 피아노와 지휘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서울예고 시절 배우 류정한의 데뷔작인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대체 수업으로 보게 됐다. 전율과 함께 터닝포인트가 됐다. 미국 브로드웨이에 대해 알게 되면서 무작정 미국 유학을 가려고 미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하고, 검색한 현지 학교에 e-메일을 보냈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선율에 담아서 하는 것은 오페라와도 분명히 달랐다. 뮤지컬을 무작정 하고 싶었다. 클래식 애호가였던 부모님이 서울대에 입학만 하면 그 이후엔 뭘 하든 반대하지 않겠다고 해 유학을 포기하고 진학을 선택했다. 원 없이 뮤지컬을 보고, 조연출도 하면서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최애 뮤지션이었던 엘튼 존과 카메론 매킨토시의 발자취를 좇아보고 싶어서 영국 유학을 선택했다.”

2005년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음악감독으로 데뷔한 뒤 뮤지컬을 보다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영국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2008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뮤지컬 ‘햄릿’과 ‘모차르트!’ 초연의 음악감독으로 대극장 흥행 작품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프랑켄슈타인’(2014년 초연), ‘벤허’(2017년 초연) 등 창작뮤지컬 작곡가로서도 입지를 확고히 했다. 또한 라이선스 작품 ‘삼총사’ ‘잭더리퍼’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신곡을 추가하고, 극 전반에 걸쳐 재편곡했다.

사진= 최은희 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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