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그니처홀에서 세 번째 시즌을 개막한 창작뮤지컬 '벤허'(내달 19일까지)가 2023년 필람 작품으로 뜨거운 관객 반응을 지피고 있다. 쌀쌀한 가을바람을 열풍으로 바꿔버리는 현장에서 이성준(42) 음악감독을 만났다.

이번 시즌 '벤허'는 앙상블진의 화려한 군무와 웅장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실감 나는 전차 경주 장면이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여기에 배우 박은태, 신성록, 규현, 이지훈, 박민성, 서경수 등의 명연이 로마 시대로 관객을 이끈다.

삼연은 초연과 재연의 평에 안주하지 않고 연출의 변화를 주고 넘버를 추가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유다 벤허라는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휴먼 스토리가 펼쳐지는 작품은 속도감 넘치는 연출에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주목하는 서사와 이에 자연스레 포개지는 음악이 더해져 감동과 메시지를 짙게 전한다.

뮤지컬 ‘벤허’는 루 윌러스가 1880년 발표해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섬세한 스토리라인을 구현하는 왕용범 연출과 서사에 맞춘 듯한 드라마틱한 선율을 탄생시킨 이성준 작곡가가 호흡을 맞춰 2017년 초연과 19년 재연을 거치며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11개 부문 노미네이트,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사진=EMK뮤지컬 컴퍼니

"이번 시즌 새롭게 추가된 곡이 '살아 있으니까'다. 교수로 재직 중인 단국대 대운동장에서 곡을 쓰게 됐다. 그 날따라  그 큰 운동장에 아무도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 저 혼자 있는 것 같더라. 간간히 들리는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뿐. 노래 시작의 반주가 만들어지면서 곡을 술술 써내려가서 20분만에 완성했다."

한편으론 민속악기나 그 시대를 나타내는 음계들을 고증하려고 치열하게 분석한 결과물인 2막 첫곡 '텔고'가 탄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곡마다 신마다 각 특징들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 이번 세번째 공연에서는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두고 변화를 꾀했단다.

뮤지컬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의 길을 걸어온지 어느덧 18년째다. 뮤지컬 무대에만 머무르진 않는다. 대학에서 후학 양성뿐만 아니라 개인 연주음반 발매 및 브랜드 콘서트, 영화 ‘스프링 송’ ‘오로라 공주’ 등 다양한 매체의 OST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음악적 관심의 촉수를 뻗치고 있다.

그럼에도 본령은 뮤지컬이다. 좋은 뮤지컬 음악감독의 덕목을 물었다. 일순 "소통하는 감독"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음악감독은 지휘자다. 지휘를 하려면 배우가 노래를 어떻게 하고 싶어하는지 편안하게 끌어내줘야 하고, 연주자들을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때론 강력한 조명이 나오도록 음악을 극대화시켜야 하므로 소통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책도 읽어보고, 여러 사람들과 대화도 나누는데 '나'라는 사람을 지우고 경청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여긴다. 결론은 '좋은 소통'이란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 여기는 것이 첫 번째 덕목이다. 감정을 공유하고 남을 이해해주는 게 좋은 음악을 만드는 길이라 확신한다.

"2학년, 4학년 학생들이 함께 섞인 강의에서였다. 2학년 학생이 내게 서슴 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4학년 학생들이 입을 벌리고 있더라. '어떻게 저런 말을?'이란 표정이 역력했다. 그런데 그런 2학년과 오히려 소통하기 편하다. 과거엔 창구가 많았다. 막히는 게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SNS로 접할 기회, 공유할 방법이 많아졌다. 자기 생각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게 수월해졌다. 10년 전보다 훨씬 좋아진 게 아닐까."

사진= 최은희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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