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진은 예술가 스페셜리스트다. 공교롭게 실존 아티스트를 연기하거나 예술가의 삶을 다룬 작품에 빈번하게 참여해서다.

지난달 13~20일 대만 타이베이 공연예술센터 대극장(1500석 규모)에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공연과 팬미팅을 마치고 돌아왔다. 작품은 심혈을 기울인 교향곡 1번 초연 실패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던 라흐마니노프가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를 만나 치유되는 과정을 그렸다. 걸작인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 재기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지난해 10주년 기념공연에 참여한 김현진은 대만 공연기획사 초청으로 열린 현지 초연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2인극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에서 그는 러시아 클래식 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 역할을 맡았다.

사진=김현진 SNS, HJ컬쳐
사진=김현진 SNS, HJ컬쳐

“라흐마니노프 음악을 통해 감정을 전달해서 연기하기에 어렵진 않은 작품이었어요. 대만 공연에선 자막 전광판도 설치됐는데 ‘자막을 안보고도 관객들이 무대에 집중했다’는 후일담이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언어가 달라도 우리가 연기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구나, 해서요.”

특히 자신을 향해 “손가락 끝까지 연기하고 있다” “피아노 연주 장면에서 등만 봐도 어떤 감정인지 알겠다”란 평가에 벅찬 마음이 차올랐다.

‘라흐마니노프’를 통해 맑은 영혼을 지닌 그의 음악세계를 좀 더 이해하게 됐다는 김현진은 과거 베토벤을 다룬 뮤지컬 ‘루드빅’도 한 적도 있어서 이제 ‘모차르트!’만 정복하면 유명 클래식 작곡가 사이클을 완수할(?) 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혹은 모르더라도 예술가의 삶을 통해 얻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감사하게 전 그들에 비해 평탄한 인생을 살았죠. 소소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많은 것들을 누려왔으니까요. 내게 있어서 예술은 빚을 진 느낌이에요. 내가 할 수 있는 연기로 세상에 무언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중2 때 처음 본 작품이 뮤지컬 ‘아이다’ 한국 초연이었다. 연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한예종에 대해 알게 돼 입학했다. 변요한 박정민 임지연 김정현과 동기이며 김고은은 한 학번 후배다. 대학시절 변요한은 영감의 원천지였다.

“요한이 형한테 ‘형이 성공하지 않으면 난 무대를 떠나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하던 동기 형이었어요. 많은 자극이 됐죠. 배우로서 가져야 할 삶의 태도에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처음으로 공연 오디션을 볼 때 겁난 감정을 페북에 올렸는데 형이 장문의 카톡으로 용기를 줬어요. 이번에 소속사와 계약하고 나서도 통화했는데 이런저런 조언과 용기를 복돋아줬죠.”

사진= 최은희 기자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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