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부상의 ‘실크 미성’ 진욱(31)이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비상을 꿈꾼다.

2022년 TV조선 ‘미스터트롯2’ 톱7으로 제2의 스타탄생 기회를 거머쥔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진욱과 봄기운이 움트는 입춘을 앞두고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터닝 포인트였죠. 팬분들(팬덤명 실크로드)이 생겼고, 대중 앞에서 다양한 노래를 소화하다 보니 가창력과 멘탈 면에서 많이 성장했어요. 그 순간이 아니었다면 정체되고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시즌1에도 지원했었는데 예선 때 탈락했어요.(웃음) 때가 아니었던 듯해요. 시즌2를 계속 기다렸어요. 다른 경연에 나가려고 했는데 한발씩 늦었어요. 일을 하고 있기도 했고요.”

진욱은 ‘트롯 신동’으로 명성을 떨쳤다. 2002년 남인수가요제 청소년 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1집 ‘꿈속의 여인’, ‘욱이의 트롯 일기장’을 발매했고 드라마 ‘용의 눈물’ ‘태조 완건’, 예능 ‘딩동댕유치원’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나갔다.

서울국악예술학교와 국립전통예고 음악연극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원을 중퇴했다. 군 전역 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느라 활동에 공백이 생기는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다.

“원래 긍정적이라 일할 때는 즐겁게 했어요. ‘내가 달리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즐겁게 일하자’였죠. 2~3년 동안 아파트 2채가 완성될 정도로 일했어요. 콘크리트 작업부터 겨울엔 시멘트 얼지 말라고 불 때우는 작업까지 안한 게 없었죠. 틈틈이 과거 뮤지컬 하면서 알게 된 후배가 도와달라고 하면 녹음 현장에 달려가고, 가끔 행사에도 출연하면서 노래에 대한 꿈을 잃지 않으려 했어요.”

어렵게 번 돈으로 미니앨범을 내기도 했다. 생계를 담당해야 하는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지만 “분명 잘되는 날도 있을 거다”라며 레전드곡 ‘해뜰날’을 되뇌었다. 감정이입이 절로 되는 노래라 모 오디션에 가서 부르기도 했다.

‘도장깨기’하듯 혼자 준비하는 시기, 오히려 옷처럼 익숙했던 노래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그러던 가운데 가수 장윤정의 트로트 레슨 프로그램에 출연해 코칭을 받는 기회도 얻었다.

“불필요한 코멘트 대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말씀을 해주셨어요. ‘이렇게 노래를 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이후 ‘미스터트롯2’에서 참가자와 심사위원으로 다시 만났는데 예선 때는 별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고, 데스매치 때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요즘 고민되는 일들이 있을 때 선생님(들)한테 여쭤보면서 힘을 얻어요.”

‘미스터트롯2’ 당시 화제의 무대 중 하나가 장윤정의 2010년 히트곡 ‘송인’이다. 진욱은 당시 진기스칸 팀과 합동 공연 도중 '송인' 1절 무대를 선보였다. 전주가 흐르자마자 장윤정은 "이 노래를 혼자서 한다고?"라며 깜짝 놀랐다가 첫 소절을 듣자마자 "어머나"라고 감탄했다.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애달픈 가사를 진욱은 결 고운 미성을 바탕으로 진성과 가성을 매끄럽게 직조하며 풀어냈다. 클라이맥스에서 터뜨린 사자후로 가슴을 후벼판 감성 향연에 마스터 진성, 장민호, 이홍기는 “압도적 절제미” “남자가 소화하기 힘든 노래를 이렇게나” 등 칭찬을 연발했다.

사진=TV조선 영상캡처
사진=TV조선 영상캡처

“원래 예선 때 부르려고 했던 노래였어요. 제작진 회의에서 ‘지금 이런 미성을 보여주면 뻔할 수 있으니 남성적인 목소리의 곡들로 예선을 진행한 뒤 나중에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자' 합의하고 미뤘다가 부르게 된 거였죠."

무대가 끝난 뒤 장윤정의 기가 막혀하는 표정이 카메라에 순간 포착됐고, 이후 심사평에서 "너무 잘했어요. 이 노래를 아껴뒀다가 결승 경연에서 부르지...아깝네요"라며 아쉬움을 한껏 드러냈다.

"막상 가창할 땐 원곡자를 생각하진 않았어요. ’내가 잘할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을 잘 건드려보자‘였죠. 잘 아니까 더 잘 살려서 짧은 시간 안에 진욱이를 잘 보여주자로 방향을 잡았어요. 완곡 무대가 아니라 미성, 감성, 폭발을 다 보여주려 했었죠.”

사진= 최은희 기자 Oso0@slist.kr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