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다음 타겟으로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정조준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문체부 인사에 부당하게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 특검팀은 지난해 산하기관으로 ‘좌천성’ 인사 조처된 것으로 알려진 문체부 관계자 등을 오늘(30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문체부 국·과장급 5명의 인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부당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김종(56) 전 문체부 2차관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사는 민정수석실에서 내려온 명단을 바탕으로 이뤄졌으며, 이미 특검팀은 김 전 차관의 개입이 있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우 전 수석의 인사 개입이 직무 범위를 넘어선 부당행위라는 점이 확인된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 인사 개입 의혹은 시작...직무유기·방조 등 조사대상

특검이 우 전 수석의 인사 개입 의혹을 조사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미 우 전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등 비리 행위 등을 제대로 감찰·예방하지 못한 직무유기 또는 관여·방조·비호한 의혹으로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우 전 수석은 기존 의혹에 더해 집중적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우 전 수석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세로 분류됐지만, 그동안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혐의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특검도 수사 이후 40일이 지나는 동안 우 전 수석을 한 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여러 의혹이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우 전 수석이 이석수(54)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미르·K스포츠재단 내사를 방해하고 그를 해임하는 데 관여한 의혹도 수사대상이다.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의 다양한 표정 /국회방송 캡처

◆ ‘블랙리스트’ 조사하며 관련 정황 확보

문체부는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를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곳이다.

김기춘 전 실장이 2014년 문체부 실·국장 6명의 일괄 사표를 지시한 것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문체부는 최순실의 여러 국정농단 의혹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2013년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출전한 승마대회 판정 시비를 조사했던 노태강(57) 전 체육국장은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됐다가 결국 퇴직했다. 특검은 이달 11일 노 전 국장을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비위 의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 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검토 중이다.

 

◆ 청와대 압수수색...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특검은 이어 이번주 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시기는 2월 3일 전후가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압수수색을 앞두고 설 연휴에도 강행군했다. 박영수 특검도 설 명절인 28일 출근해 수사 진행 상황을 챙겼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박 대통령의 대기업 뇌물수수 의혹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비선 진료 등 특검이 수사해온 여러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가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이미 인멸했을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쓸만한 물증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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